[다산 칼럼] 글로벌 최저법인세율, 위험한 실험
최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이 국제적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면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현재 12.5%다. 낮은 세율로 아일랜드는 애플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 만약 최저법인세율이 21%라면 아일랜드를 조세관할지로 삼은 기업은 본국에 8.5%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조세 친화적인 지역으로 기업들이 이주하는 데 따른 실익이 없어진다.

최저법인세율은 국가 간 조세 경쟁을 없애는 방법이다. 흥미로운 건 조세 경쟁을 왜 부정적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으면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세율이 낮은 나라로 법인을 옮긴다. 법인세율이 높으면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주권국들이 법인세를 낮추려고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 법인세 인하 경쟁이 파괴적이라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그런 경쟁은 빈곤층의 구제나 특정한 계층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재정조달 가능성을 제거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파괴를 막기 위한 게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저법인세 제도는 대단히 위험한 실험이다. 미국 행정부가 최저법인세율을 제안한 배경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착수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고용·생산·분배 프로그램이 있다. 세입을 늘리지 않고서는 이 정책 프로그램을 위한 재정을 조달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최저법인세율을 도입하는 건 정당화할 수 없다.

최저법인세율은 가능한 한 조세 경쟁 상대를 배제해 자체 조세 기반을 확보하려는 발상이다.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수단은 원료 조달 가능성, 사회간접자본 등 다양한데, 하필 조세를 통해 자본을 유치하는 나라를 힘으로 밀어붙여 입지 경쟁에서 배제하는 건 불공정한 게임이 아닌가! 조세피난처가 얻는 이익은 조세가 가장 높은 나라들을 희생시킨 결과이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논리로 최저법인세율을 옹호하는 건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최저법인세율로 피해를 보는 나라들은 아일랜드, 뉴질랜드, 헝가리처럼 영토와 인구가 적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다. 투자가들의 관심을 불러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 나라들이 낮은 조세정책을 추구한 이유다. 조세피난처를 없애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나라는 프랑스(32%) 독일(29.9%)처럼 높은 세율 없이는 재정조달이 불가능한, 방만한 재정·복지정책을 특징으로 한다. 그런 나라들은 미국의 제안을 고맙게 생각한다.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은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과잉규제 때문에 스스로 아무것도 관리할 수 없는 나라들이 잠재적인 경쟁자의 유일한 이점을 박탈해 경쟁자를 해치려는 것과 같다. 조세피난처를 폐쇄하고 작은 나라의 번영을 막는 것이 어떻게 정당한 방법이란 말인가!

글로벌 최저법인세율로 조세 경쟁이 사라지게 되면 재정적 효율성은 물론 국가 권력을 제한할 수도 없다. 기업과 고소득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세법상보다 좋은 노동·생산조건을 찾을 수 없다. 정부가 세금을 임의로 올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한다. 정부는 시민과 기업으로부터 거둔 세금을 아껴 사용해야 할, 그래서 규제와 지출을 억제할 필요성에서 해방된다. 오늘날 세계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의 자산은 소프트웨어와 지식재산권, 로열티 등 무형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건물이나 설비 등에 발이 묶여 있던 과거의 기업과 달리 조세관할지를 쉽게 넘나들 수 있다. 조세 경쟁은 재정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가 권력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세 경쟁을 포기하는 글로벌 최저법인세율로 비대해진 국가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인구와 경제 규모도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정치 계급과 그 추종자들에게만 유익할 뿐 나머지는 피해자로 만드는 게 그런 조세제도다. 정부 권력 확장을 지원하고 민간 주도 의지를 억제하며, 오늘날 빈약해진 시장경제의 잔재마저 소멸시켜버릴 위험한 글로벌 최저법인세에 문재인 정부가 공조할까 염려하는 건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