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북부 역세권 복합개발의 수혜가 기대되는 중구 만리동2가 서울역 센트럴자이.  /한경DB
서울역 북부 역세권 복합개발의 수혜가 기대되는 중구 만리동2가 서울역 센트럴자이. /한경DB
내년 서울역 북부 역세권 복합개발 착공을 앞두고 중구 만리동1·2가 등 일대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 지역은 서울 지하철 1·4호선, K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B 노선(예정) 등이 지나는 서울역 인근이다. 도심은 물론이고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층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는 북부 역세권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집값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만리동 아파트값 들썩

2017년 8월 입주가 시작된 만리동2가 ‘서울역 센트럴자이’ 전용면적 84㎡는 최근 18억~18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직전 거래인 작년 8월 실거래가(15억8000만원)보다 15.2% 올랐다. 이 아파트는 2014년 분양 당시 총 1341가구 중 50% 이상이 미분양됐다. 지대가 경사지인 데다 서울역 주변의 낙후된 지역이란 이미지 탓에 실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기차를 이용해 세종시 등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실거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약 3년 만에 미분양이 해소됐다. 서울 도심인 이 지역은 아파트 단지가 귀한 편이다.

2018년 공급돼 역시 미분양이 났던 ‘서울역 한라비발디더센트럴’(199가구) 전용 84㎡ 호가도 16억5000만원으로 직전 거래가(14억9000만원)보다 10%가량 뛰었다. 맞은편에 있는 ‘LIG 서울역 리가’ 전용 84㎡의 경우 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 호가가 5000만원 정도 올랐다. 만리동2가 A공인 관계자는 “북부 역세권 개발 착공이 임박할수록 집값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몇 달 새 ‘똘똘한 한 채’를 남기기 위해 기존에 살던 서울 다른 지역 아파트를 팔고 이주한 사례도 7건 정도 있다”고 전했다.

직주근접(직장과 거주지가 가까운 것)을 선호하는 직장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도 강세를 띠고 있다. 서울역센트럴 자이 전용 84㎡는 작년 말 전세보증금 8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그보다 8000만원가량 오른 9억3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는 서울역에서 약 1㎞ 떨어진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일대로도 옮겨붙고 있다. 2001년 7월 준공된 중림동 삼성사이버빌리지 전용 84㎡ 호가는 14억5000만원으로, 직전 거래가인 13억4700만원보다 8%가량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지난달 북부 역세권 개발 착공이 확정된 뒤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지만,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에 매물이 많이 없다”고 했다.

청파동 재개발도 기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은 서울역 뒤 5만여㎡의 유휴 철도 용지에 서울역과 연계된 컨벤션 시설, 오피스, 호텔 등을 짓는 사업이다. 최고 40층 높이의 5개 동 복합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08년 처음 개발 논의가 시작된 뒤 13년간 표류돼 왔으나 서울시가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건설과 개발 계획안을 확정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준공을 목표로 내년 착공에 들어간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는 “서울 사대문 안 관광 인프라 핵심 지역이어서 서울 강북에선 최대 역세권 상권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 주택 공급 기조를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역 왼편 용산구 청파동 재개발 지역을 주목하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현재 청파동2가 106 일대에선 청파1구역 재개발이 진행 중이고, 청파동1가는 공공 재개발을 신청한 상태다. 청파1구역의 경우 민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토지·건물 실거래가 제공 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청파동2가 단독·다가구 건물 실거래가는 올 들어 10% 가까이 올랐다. 청파동 B공인 관계자는 “민간 재개발이 추진되는 구역은 현금 청산(입주권 대신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며 “다만 오 시장 취임에도 민간 재개발이 제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여서 투자자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