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고용 유연화로 감당할 만"
지난해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1.18배를 기록했다.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1.18개가 있다는 뜻이다. 2018년 1.62배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지만 일자리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명문 사립대의 한 교수는 “대기업 여러 곳을 놓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갔던 코로나19 이전만은 못해도 원하는 기업엔 대체로 입사할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졸업생들의 전언”이라고 했다.
실업률도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숙박·외식·여행업계의 고용상황이 나빠지면서 작년 10월 3.1%까지 상승했던 실업률이 올 2월 2.9%로 떨어졌다.
개정법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재계의 반발을 줄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개정법은 기업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을 의무화하는 대신 근로자의 지위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65세가 넘은 근로자를 자사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주 및 프리랜서로 분류할 수 있다. 고용 형태도 직접 고용계약에서 업무 위탁계약으로 변경 가능하다.
자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다. 개인사업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례를 인정했지만 보험료는 정년을 연장한 근로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고용형태 변경을 통해 기업은 인건비를 20~5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근무지도 근로자가 그동안 일하던 회사가 아니라 회사 외 거래처나 회사가 소유한 사회공헌단체 등으로 바꿀 수 있다. 근로자에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보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조직이 인사적체에 시달릴 수 있다는 기업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일본 정부는 개정법을 일정 기간 시행한 뒤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 일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년을 사실상 70세까지 늘릴 계획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