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광풍’에 은행 자금이 출렁이고 있다. 은행에 넣어둔 돈을 빼거나 대출을 받아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은행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이탈하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한 은행 계좌는 하루평균 6만~7만 개 이상 개설되고 있다. 정부가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해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나섰지만 광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예·적금과 요구불예금을 합친 수신 잔액(1333조1442억원)은 3월 말보다 17조5787억원 줄었다. 은행의 수신 잔액이 줄어든 것은 올 1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달에는 큰 공모주가 없었는데도 예금이 크게 줄었다”며 “부동산·주식에 이은 암호화폐 열풍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새로 코인 거래에 뛰어드는 개인이 하루에만 최소 6만~7만 명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코인을 사고팔려면 반드시 필요한 은행 계좌가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빗썸·코인원과 코빗에 각각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하는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에서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24만9940건의 입출금 계좌가 새로 개설됐다. 하루평균(영업일 기준) 2만828건이다.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업비트의 실명 계좌를 내주는 케이뱅크도 가입자가 20여 일 만에 108만 명 증가했다. 하루평균 6만 명씩 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4월은 3월과 달리 개학, 취업처럼 대학생 및 직장인 고객이 새로 유입되는 시기도 아닌데 오히려 계좌 개설이 더 늘었다”며 “영업점을 찾는 젊은 고객은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날 암호화폐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정부가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한 탓이었다.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6.7% 하락한 67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10시 7000만원대로 반등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