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과 관세청 안팎에 따르면 관세청은 암호화폐 관련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특별 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들로부터 암호화폐 거래 동향 등 관련 자료들을 최근 이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대량 해외 송금 등 의심 거래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범정부 단속주체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별개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월까지 진행되는 정부 특별단속에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 등이 참여한다.
관세청은 특히 내국인이나 국내 기업의 범법 행위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예를 들어 법인이 가상화폐를 이용해 해외로 몰래 자금을 빼돌리거나, 개인이 용처를 속이고 외화를 반출해 암호화폐를 사는 행위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암호화폐를 사서 해외로 보낸 뒤 제 3자가 이를 현지 통화로 받아가는 형태의 거래도 해당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치프리미엄’이 아직 상당한데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간접적인 형태여서 자금세탁처로 악용되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차익 거래를 위한 ‘쪼개기 송금’도 조사 선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이 여러번에 걸쳐 해외 송금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의심 거래를 거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만 보면 5만달러까지는 증빙 없이 송금할 수 있지만, 자금세탁방지법상 은행이 구두 확인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거래를 거부할 수 있다”며 “은행이 막히자 비교적 허들이 낮은 핀테크 등 소액송금 업체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카드 결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미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 ‘카드 결제로 코인 구매해서 김치 프리미엄 먹는 법’ 등의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새로 생긴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결제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한 곳이 여러 개의 가맹점 번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이 국내 카드사에 암호화폐 거래소 가맹점 정보를 전부 제공하지 않는 이상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해외 카드 결제 내역 등은 관세청으로 자료가 가기 때문에 의심 거래의 경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이인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