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근의 미학경영] ESG는 기본, '매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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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ESG 경영’이다. 지구 환경을 고려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고, 기업 가치가 성장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은 ESG가 아니라 ‘TAM(Tech-Aesthetics Management)’ 즉, 테크-미학경영에 몰두해야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다. ESG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이 전 세계 5500여 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100대 지속가능경영기업’ 리스트에서 LG전자는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같은 시기,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해야 했다. ESG를 아무리 잘해도 그건 윤리적 기업으로서 사업해도 된다는 기본 자격증에 불과하다. 핵심은 제품력과 서비스력으로 고객에게 미학적 감동을 주고 선택받을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에 미학과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생물학적인 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적자생존에 의한 자연선택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1859년 발간된 이후 진화론의 시초가 되며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다윈이 1871년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출간했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다윈은 이 문제작에서 동물은 때로 가장 적합한 상대를 선택하는 대신, 가장 매력적인 상대를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학이 종의 진화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다윈은 이런 선택이 자연선택에 반(反)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으며 이를 ‘성선택’이라고 일컬었다.
한편,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 교수는 《연애(The Dating Mind)》(2000년)에서 진화와 종족 번식에 예술이 성적 매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됐다는 성선택 이론의 대표적 사례로 바우어새를 소개하고 이를 인간 미술 행위의 기원과 연결한다. 바우어새는 구애를 위해 둥지를 짓는데, 미적으로 아름다운 조형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암컷 바우어새는 수컷이 만든 둥지를 방문해 평가하고 짝짓기를 결정하는데, 아름답고 대칭을 잘 이루며 튼튼한 둥지를 선호한다고 한다.
제프리 밀러는 오랫동안 인간의 조상은 짝 고르기 상황에서 외적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감각적 선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도덕적, 사회적, 지적 선호를 반영해 진화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직립보행은 손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도구 제작을 가능케 했을 뿐 아니라 성선택을 위한 장식과 미술작품까지 제작할 수 있게 했다.
이제 인간의 성선택 본능은 기업과 소비자 간 제품 선택 본능으로 표출되는 시대가 됐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ESG에 대한 요구는 성선택으로 길러진 소비자의 본능이기 때문에 실천해야 한다. 제품의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기본이 됐다. 더 나아가 배우자도 지적, 사회적 매력이 느껴져야 본능에 따라 선택하지 않는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아쉽다. 제품의 기능에 매몰되지 않고 소비자의 성선택 본능을 자극할 감각적, 사회적, 지적 선호장치를 반영할 수도 있었을 듯해서다. 모방경제로 발전해온 우리 기업엔 시간이 많지 않다. 더 늦기 전에 한국 기업의 모든 시스템을 기술 기반 미학경영 체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예술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겸 작곡가 >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이 전 세계 5500여 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100대 지속가능경영기업’ 리스트에서 LG전자는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같은 시기,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해야 했다. ESG를 아무리 잘해도 그건 윤리적 기업으로서 사업해도 된다는 기본 자격증에 불과하다. 핵심은 제품력과 서비스력으로 고객에게 미학적 감동을 주고 선택받을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에 미학과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생물학적인 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적자생존에 의한 자연선택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1859년 발간된 이후 진화론의 시초가 되며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다윈이 1871년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을 출간했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다윈은 이 문제작에서 동물은 때로 가장 적합한 상대를 선택하는 대신, 가장 매력적인 상대를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학이 종의 진화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다윈은 이런 선택이 자연선택에 반(反)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으며 이를 ‘성선택’이라고 일컬었다.
감각적·사회적·지적 선호장치 반영을
다윈은 특히 사자의 갈기,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 엘크의 무겁고 거대한 뿔 등 수컷 동물이 갖는 장식물을 자연선택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성선택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암컷은 가장 매력적인 상대를 ‘그들의 미적 기준’에 의해 선택하며, 이에 따라 수컷은 그에 따르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 미적 기준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한편,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 교수는 《연애(The Dating Mind)》(2000년)에서 진화와 종족 번식에 예술이 성적 매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됐다는 성선택 이론의 대표적 사례로 바우어새를 소개하고 이를 인간 미술 행위의 기원과 연결한다. 바우어새는 구애를 위해 둥지를 짓는데, 미적으로 아름다운 조형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암컷 바우어새는 수컷이 만든 둥지를 방문해 평가하고 짝짓기를 결정하는데, 아름답고 대칭을 잘 이루며 튼튼한 둥지를 선호한다고 한다.
제프리 밀러는 오랫동안 인간의 조상은 짝 고르기 상황에서 외적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감각적 선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도덕적, 사회적, 지적 선호를 반영해 진화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직립보행은 손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도구 제작을 가능케 했을 뿐 아니라 성선택을 위한 장식과 미술작품까지 제작할 수 있게 했다.
제품 선택 시 표출되는 성선택 본능
이에, 인간은 유용한 물건을 만들 때도 꾸미고 장식하는 한편, 순전히 미적 호소력만을 갖는 쓸데없는 장식품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밀러는 배우자가 얼마나 양심적이며 도덕적 헌신성을 갖고 있는지가 가장 기본적 기준이며, 여기에 더해 앞에서 언급한 감각적 선호 즉,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와 주거지를 지녔는지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감각적 선호를 포함한 도덕적, 사회적, 지적 선호들의 총합을 미학적 선호로 보고 이것이 다윈의 자연선택을 넘어 인간의 성선택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이제 인간의 성선택 본능은 기업과 소비자 간 제품 선택 본능으로 표출되는 시대가 됐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ESG에 대한 요구는 성선택으로 길러진 소비자의 본능이기 때문에 실천해야 한다. 제품의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기본이 됐다. 더 나아가 배우자도 지적, 사회적 매력이 느껴져야 본능에 따라 선택하지 않는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아쉽다. 제품의 기능에 매몰되지 않고 소비자의 성선택 본능을 자극할 감각적, 사회적, 지적 선호장치를 반영할 수도 있었을 듯해서다. 모방경제로 발전해온 우리 기업엔 시간이 많지 않다. 더 늦기 전에 한국 기업의 모든 시스템을 기술 기반 미학경영 체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예술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겸 작곡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