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조정은 매수 기회 vs. 5월에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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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인 2020년 4월20일(미 현지시간)은 기록적인 날이었습니다. 코로나 봉쇄에 따른 공포 속에 미국의 벤치마크 유가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5월물)이 배럴당 마이너스 40달러까지 떨어졌었습니다.
20일(현지시간) WTI는 배럴당 62.3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이미 팬데믹 이전(2020년 2월)의 50달러대 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만큼 향후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큰 셈입니다. 지난 주 나온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 3월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는 대단히 뜨거웠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좋게나오고 있습니다.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존슨앤드존슨(J&J)은 1분기 순이익이 62억 달러를 기록해 1년 전의 58억 달러보다 증가했습니다. 프록터앤드갬블(P&G)의 분기 순이익도 3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29억20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이렇듯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는 큽니다. 그동안 급격히 높아진 주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켜줄 것으로 바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현재까지 S&P 500 기업 중 10% 가량이 실적을 공개했는데 지금까지는 매우 좋습니다. 리프니티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30.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수준이 유지된다면 2010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이익 증가율이 될 것입니다.
작년 말 S&P 500의 향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은 27에 달했습니다. 2000년 3월 닷컴버블 정점 때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기업 이익이 증가에 따라 최근 22~23배 수준으로 떨어졌고, 만약 이런 애널리스트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계속 나오고 주가에 변화가 없다면 20배 이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틀째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0.75% 떨어졌고, S&P 500지수는 0.68%, 나스닥은 0.92% 내렸습니다. 장중 다우는 1%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도지데이'(4월20일)를 맞아 '도지코인을 사기 위해 다른 걸 판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주, 가치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습니다. S&P 500 업종 가운데 부동산과 유틸리티, 헬스케어 등 불황에 강한 업종들만이 선방한 날이었습니다. 지난주 S&P 500 지수가 4100선에 올라서며 사상 최고치를 구가할 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당신의 열기를 자제해야할 다섯 가지 이유' 라는 보고서를 내고 S&P 500 지수가 3800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투자심리가 비정상적으로 뜨겁고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모건스탠리도 1분기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데 대해 우려하면서 상당 폭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만약 조정이 이어진다면 저점매수(buy the dip)에 나서야할까요? 아니면 월가의 격언처럼 5월에 팔고 떠나야(sell in may and go away)할까요?
월가의 대표적 낙관론자인 A씨와 비관론자 B씨를 소환했습니다. A씨는 저점 매수를, B씨는 일단 차익실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논리를 들어봤습니다. (A씨와 B씨는 특정한 인물이 아닙니다. 여러 명의 논리를 보기 쉽게 정리하느라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습니다.)
A: 지금 주식을 판다는 게 말이 돼?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고 경제는 확연히 좋아지고 있어. 이제 호황의 초입이야.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사모아야 할 좋은 기회라고 봐.
B: 난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해. 우선 기업 실적에 대해 얘기해보자.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건 주가에 이미 다 반영됐어. 지난주 엄청난 실적을 발표한 은행들의 주가가 하락한 건 이미 모두가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이야. 중요한 건 이런 주식 말고 팬데믹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여행레저주 등 소위 '에픽 센터'(epic-center) 주식들인데 오늘 유나이티드항공의 실적 발표(1분기 14억 달러의 손실로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 CEO는 아직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어 수요 회복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에서 봤듯이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앞서 올랐는데, 실적이 받쳐주질 못하니 주가가 내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야. 이번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팬데믹으로 촉발된 약세장은 사실 작년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한 달 만에 끝났고 이후엔 계속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어. S&P 500 지수는 작년 3월 이후 90% 가량 올랐고, 팬데믹 이전인 작년 2월 고점에 비해서도 22% 이상 오른 상황이야. 사실 작년 2월도 사상 최고치였는데 말이야. 경제가 아직 정상화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주가는 비정상이야. 일단 조정을 거친 뒤 실제 기업 실적이나 경제지표가 기대만큼 나온다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A: 사실 1분기는 미국 경제가 아직 본격 회복되지도 않은 때야. 그런데도 기업 실적은 매우 좋게 나오고 있어. 이건 지난 1년간 디지털 등 자동화에 투자하고 꾸준히 구조조정을 한 효과야. 정말 보복적 소비가 터진다면 정말 더 좋아질 거야. 그러면 S&P 500 지수는 P/E는 다시 20배 밑으로 내려가면서 현재의 주가는 비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거야.
B: 2분기에 기업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란 시각에 대해 동의해. 그렇지만 이미 말했듯이 주가는 이미 올해 좋을 건 다 반영하고 있어. 너무 기대가 커서 조금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도 급락하고 있어. S&P 500 기업의 96%가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다는 게 너무 비싸다는 걸 보여줘. 대부분 주식이 사상 최고가야. 방금 전 발표한 넷플릭스가 그렇지. 팬데믹 때 급증한 탓에 1분기에는 유료 가입자 증가세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예상(620만 명)보다 적은 398만 명이 나오니까 시간 외에서 11%나 떨어졌어. 그리고 예상대로 놀라운 실적이 올해 내내 이어진다 해도 P/E가 20배야. 역사적으로 PER가 20배를 넘으면 S&P 500 지수가 조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돼. 특히 올해 이후가 문제야. 3~4분기까지는 실적이든 지표든 수치가 높게 나올 거야. 기저효과가 있고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지원한 돈이 풀려있으니까. 하지만 내년은 어떨까. 증가율은 급격히 떨어질 거야. 투자자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 특히 내년 기업 실적에는 증세 이슈도 있어. 법인세를 올릴 뿐 아니라 지식재산권으로 해외에서 번 소득에 대해 세금(GILTI)을 두 배로 올리잖아. 게다가 각국이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미국도 원칙적으로 동의했어. 캐나다 정부는 오늘 내년 1월부터 디지털서비스에 대해 매출의 3%를 세금으로 거두겠다고 발표했더라.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온 초대형 기술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거야. 그럼 시장은 누가 이끌까?
A: 증세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법인세는 벌써 25% 수준으로 합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잖아. 그건 별 영향이 없을 거야. 골드만삭스는 기업 이익 예상치의 3%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어. 그 정도는 감내할만해. 게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증세한 돈을 다시 인프라 투자에 쓴다는 것이잖아. 이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거야. B: 경제 지표들도 정점을 찍을 거야. 자꾸 얘기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로 모든 수치가 굉장히 좋게 나오겠지. 하지만 올해 좋다는 건 내년에는 별로일 것이란 얘기야. 올해가 정점이란 얘기지. 게다가 최근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미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도 6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래선 경제가 그동안 예상했던 것만큼 빨리 회복되지 못할 수 있어. 회복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얘기야. 실제 지난 2주간 휘발유 소비가 정체를 보였어.
A: 그건 아직 백신 접종률이 아직 65% 수준에 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이스라엘을 봐. 접종률이 65&를 넘으니까 신규 감염자가 거의 사라졌어. 미국도 오는 6월이면 65%를 넘게 될 거야. 그때쯤이면 코로나에 대해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 B: 너무나 낙관적이군. 백신이 보급되는 가운데서도 세계 신규 감염자수가 다시 최고치에 달했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지난주 520만명에 달했어. 인도, 브라질 이런 나라에선 난리도 아니야. 더 강한 변종도 자꾸 나타나고 있어. 최근 여행주 등 경제 재개 수혜주들이 약세를 보이는 배경엔 이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이런 개도국들에 '희망'이었던 존슨앤드존슨의 백신도 지금 혈전 때문에 접종이 중단됐잖아. 이래선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도 어려워. 이건 기업들의 공급망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뜻이기도 해. 이로 인해 인플레 압력도 커지고 있지. 코카콜라도 밝혔지만 오늘 P&G도 원자재 가격 때문에 9월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어. 이 회사들은 가격 결정력이 있어서 값을 올릴 수나 있지. 대부분 기업은 그렇지 못하고 그건 마진이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야. 목재는 작년 말부터 265% 올랐고 옥수수는 84%, 구리는 83%, 콩도 72%, 설탕 59% 올랐어. 원자재는 게다가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고 있어. 얼마 전 골드만삭스에 이어 이번 주에는 JP모간도 그런 보고서를 냈더라. A: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거야. HSBC는 아예 금리가 올 연말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인구 구조와 부채 규모, 구조적 임금협상력 저하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가 없다는 얘기야. 원자재도 안정될 거야. 원자재 중 가장 중요한 게 유가인데 이란이 지난주 미국과 비엔나에서 회담을 가진 거 알지.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오늘 핵합의를 향한 협상이 6~7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어. 이란산 원유 공급이 급증할 것이란 얘기지. 그리고 존슨앤드존슨의 백신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야. 680만 명 접종에 혈전이 생긴 이가 7명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유럽 방역당국도 위험이 있지만, 효능이 훨씬 높다고 발표했고 이번 주 금요일이면 미국에서도 다시 접종을 재개할거야. B: 그래. 당신 말이 맞다고 치자. 경제가 재개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나면 뭐가 있을까? 바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이야.
올해 미국 경제가 9% 가량 성장한다면 내년 초에는 테이퍼링을 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러면 과열을 방치하거나 정말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내년 초 테이퍼링을 하려면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Fed가 시장에 알려줘야 돼. 버핏지수를 보면 지금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 100%를 훌쩍 넘었어. 이런 상황에서 테이퍼링을 하면 금리가 다시 급등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질 거야.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위험프리미엄은 당연히 줄어들게 되지.
A: 내년 초쯤에는 테이퍼링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경기가 좋고 기업 실적이 뛰어나다면 왜 Fed가 유동성을 계속 공급해야하지? 그게 건강한 거야. 그리고 Fed가 오랫동안 혼자 유동성을 공급해왔지만, 이번에는 행정부와 의회가 재정정책으로 수많은 돈을 쏟아 부었어. 지금 2조 달러가 넘는 잉여저축이 쌓여있는 만큼 테이퍼링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2013년을 돌아봐. 잠시 '테이퍼 텐트럼'을 겪었지만 그해 증시는 무려 30% 넘게 올랐어.
B: 2013년을 보라고 하는데 나는 올해가 2010년과 비슷할 수 있다고 봐.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2009년 증시가 폭등했지. 그리고 2010년 긴 조정을 받았어. 너무 급하게 올랐기 때문이야. 재정정책을 얘기했지만, 재정정책도 거의 피크를 지났다고 생각해. 인프라딜은 될지 안 될 지 아직도 모르고, 의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8년간 집행될 거야.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A: 최근에 달러 떨어지는 것 봤어? 미국 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제는 세계 경제와 증시가 하반기로 가면서 함께 회복될 거야. 세계 경제로 온기가 퍼지는 것이지. B: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 다시 세계의 신규 감염자가 사상 최대로 급증하고 있는데 하반기 세계 경제 회복이 가능할까. 유럽에서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는 뉴스에 달러가 내렸는데 단기라고 생각해. 유럽은 정말 지지부진하고 느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가능성, 중국과 대만 분쟁 가능성도 지정학적 위기도 자꾸 커지고 있어. 이건 달러 강세 요인이야. 그리고 내가 말했듯 미국 증시가 지금 상승 한계에 왔는데, 미 증시가 흔들리면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미국 증시가 긴 조정을 받게 된다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선호될 수밖에 없어.
A: 미 증시는 흔들리지 않아. 지난 1분기 급등했던 밈(meme) 주식 등 투기가 줄어들고 또 한 번 상승 에너지가 축적되는 과정이야. 실적을 내는 우량주들은 주가가 잘 오르고 있고 전반적으로 시장은 건강해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상승장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 지금 팔고 나간다면 후회하게될 거야. 작년에도 내내 그랬지.
B: 도지코인을 봐. 올해 넉 달 동안 8800% 올랐어. S&P 500 지수가 지난 30년간 오른 게 1900%야. 배당까지 포함해서. 정말 시장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해? 이러 저리 몰려다니고 있을 뿐이야. 최근에 코인이 폭등하니까 그리 간 것일 뿐이야. 우량주가 각광받는 건 사이클 후기야. 이번 사이클이 정말 뜨겁고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 이번에야 말로 "5월에 팔아라"라는 격언을 실천할 좋은 때라고 생각해. 작년에 휴가를 가지 못한 펀드매니저들이 올해는 무조건 긴 휴가를 갈 거야. 미국의 휴가지 숙소 예약이 벌써 동이 났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야.
자금 흐름도 그동안 엄청났는데, 꺾이고 있어.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주에 미 증시에서 52억 달러가 빠져나갔어. 모든 투자자 중에 주식을 산 투자자는 개인뿐이야. 그동안 너무 많은 주식이 새로 상장돼서 유동성을 흡수했어.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20일(현지시간) WTI는 배럴당 62.3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이미 팬데믹 이전(2020년 2월)의 50달러대 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만큼 향후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큰 셈입니다. 지난 주 나온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 3월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는 대단히 뜨거웠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좋게나오고 있습니다. 개장 전 실적을 발표한 존슨앤드존슨(J&J)은 1분기 순이익이 62억 달러를 기록해 1년 전의 58억 달러보다 증가했습니다. 프록터앤드갬블(P&G)의 분기 순이익도 3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29억20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이렇듯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는 큽니다. 그동안 급격히 높아진 주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켜줄 것으로 바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현재까지 S&P 500 기업 중 10% 가량이 실적을 공개했는데 지금까지는 매우 좋습니다. 리프니티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30.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수준이 유지된다면 2010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이익 증가율이 될 것입니다.
작년 말 S&P 500의 향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은 27에 달했습니다. 2000년 3월 닷컴버블 정점 때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기업 이익이 증가에 따라 최근 22~23배 수준으로 떨어졌고, 만약 이런 애널리스트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 계속 나오고 주가에 변화가 없다면 20배 이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틀째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0.75% 떨어졌고, S&P 500지수는 0.68%, 나스닥은 0.92% 내렸습니다. 장중 다우는 1%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도지데이'(4월20일)를 맞아 '도지코인을 사기 위해 다른 걸 판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주, 가치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습니다. S&P 500 업종 가운데 부동산과 유틸리티, 헬스케어 등 불황에 강한 업종들만이 선방한 날이었습니다. 지난주 S&P 500 지수가 4100선에 올라서며 사상 최고치를 구가할 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당신의 열기를 자제해야할 다섯 가지 이유' 라는 보고서를 내고 S&P 500 지수가 3800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투자심리가 비정상적으로 뜨겁고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모건스탠리도 1분기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데 대해 우려하면서 상당 폭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만약 조정이 이어진다면 저점매수(buy the dip)에 나서야할까요? 아니면 월가의 격언처럼 5월에 팔고 떠나야(sell in may and go away)할까요?
월가의 대표적 낙관론자인 A씨와 비관론자 B씨를 소환했습니다. A씨는 저점 매수를, B씨는 일단 차익실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논리를 들어봤습니다. (A씨와 B씨는 특정한 인물이 아닙니다. 여러 명의 논리를 보기 쉽게 정리하느라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습니다.)
A: 지금 주식을 판다는 게 말이 돼? 기업 실적은 개선되고 있고 경제는 확연히 좋아지고 있어. 이제 호황의 초입이야.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사모아야 할 좋은 기회라고 봐.
B: 난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해. 우선 기업 실적에 대해 얘기해보자.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건 주가에 이미 다 반영됐어. 지난주 엄청난 실적을 발표한 은행들의 주가가 하락한 건 이미 모두가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이야. 중요한 건 이런 주식 말고 팬데믹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여행레저주 등 소위 '에픽 센터'(epic-center) 주식들인데 오늘 유나이티드항공의 실적 발표(1분기 14억 달러의 손실로 5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 CEO는 아직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어 수요 회복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에서 봤듯이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는 앞서 올랐는데, 실적이 받쳐주질 못하니 주가가 내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야. 이번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팬데믹으로 촉발된 약세장은 사실 작년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한 달 만에 끝났고 이후엔 계속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어. S&P 500 지수는 작년 3월 이후 90% 가량 올랐고, 팬데믹 이전인 작년 2월 고점에 비해서도 22% 이상 오른 상황이야. 사실 작년 2월도 사상 최고치였는데 말이야. 경제가 아직 정상화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주가는 비정상이야. 일단 조정을 거친 뒤 실제 기업 실적이나 경제지표가 기대만큼 나온다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A: 사실 1분기는 미국 경제가 아직 본격 회복되지도 않은 때야. 그런데도 기업 실적은 매우 좋게 나오고 있어. 이건 지난 1년간 디지털 등 자동화에 투자하고 꾸준히 구조조정을 한 효과야. 정말 보복적 소비가 터진다면 정말 더 좋아질 거야. 그러면 S&P 500 지수는 P/E는 다시 20배 밑으로 내려가면서 현재의 주가는 비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될 거야.
B: 2분기에 기업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란 시각에 대해 동의해. 그렇지만 이미 말했듯이 주가는 이미 올해 좋을 건 다 반영하고 있어. 너무 기대가 커서 조금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도 급락하고 있어. S&P 500 기업의 96%가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다는 게 너무 비싸다는 걸 보여줘. 대부분 주식이 사상 최고가야. 방금 전 발표한 넷플릭스가 그렇지. 팬데믹 때 급증한 탓에 1분기에는 유료 가입자 증가세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예상(620만 명)보다 적은 398만 명이 나오니까 시간 외에서 11%나 떨어졌어. 그리고 예상대로 놀라운 실적이 올해 내내 이어진다 해도 P/E가 20배야. 역사적으로 PER가 20배를 넘으면 S&P 500 지수가 조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돼. 특히 올해 이후가 문제야. 3~4분기까지는 실적이든 지표든 수치가 높게 나올 거야. 기저효과가 있고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지원한 돈이 풀려있으니까. 하지만 내년은 어떨까. 증가율은 급격히 떨어질 거야. 투자자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 특히 내년 기업 실적에는 증세 이슈도 있어. 법인세를 올릴 뿐 아니라 지식재산권으로 해외에서 번 소득에 대해 세금(GILTI)을 두 배로 올리잖아. 게다가 각국이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미국도 원칙적으로 동의했어. 캐나다 정부는 오늘 내년 1월부터 디지털서비스에 대해 매출의 3%를 세금으로 거두겠다고 발표했더라.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온 초대형 기술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거야. 그럼 시장은 누가 이끌까?
A: 증세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법인세는 벌써 25% 수준으로 합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잖아. 그건 별 영향이 없을 거야. 골드만삭스는 기업 이익 예상치의 3%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어. 그 정도는 감내할만해. 게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증세한 돈을 다시 인프라 투자에 쓴다는 것이잖아. 이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거야. B: 경제 지표들도 정점을 찍을 거야. 자꾸 얘기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로 모든 수치가 굉장히 좋게 나오겠지. 하지만 올해 좋다는 건 내년에는 별로일 것이란 얘기야. 올해가 정점이란 얘기지. 게다가 최근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미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도 6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래선 경제가 그동안 예상했던 것만큼 빨리 회복되지 못할 수 있어. 회복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얘기야. 실제 지난 2주간 휘발유 소비가 정체를 보였어.
A: 그건 아직 백신 접종률이 아직 65% 수준에 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이스라엘을 봐. 접종률이 65&를 넘으니까 신규 감염자가 거의 사라졌어. 미국도 오는 6월이면 65%를 넘게 될 거야. 그때쯤이면 코로나에 대해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 B: 너무나 낙관적이군. 백신이 보급되는 가운데서도 세계 신규 감염자수가 다시 최고치에 달했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지난주 520만명에 달했어. 인도, 브라질 이런 나라에선 난리도 아니야. 더 강한 변종도 자꾸 나타나고 있어. 최근 여행주 등 경제 재개 수혜주들이 약세를 보이는 배경엔 이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이런 개도국들에 '희망'이었던 존슨앤드존슨의 백신도 지금 혈전 때문에 접종이 중단됐잖아. 이래선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도 어려워. 이건 기업들의 공급망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뜻이기도 해. 이로 인해 인플레 압력도 커지고 있지. 코카콜라도 밝혔지만 오늘 P&G도 원자재 가격 때문에 9월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어. 이 회사들은 가격 결정력이 있어서 값을 올릴 수나 있지. 대부분 기업은 그렇지 못하고 그건 마진이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야. 목재는 작년 말부터 265% 올랐고 옥수수는 84%, 구리는 83%, 콩도 72%, 설탕 59% 올랐어. 원자재는 게다가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고 있어. 얼마 전 골드만삭스에 이어 이번 주에는 JP모간도 그런 보고서를 냈더라. A: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거야. HSBC는 아예 금리가 올 연말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인구 구조와 부채 규모, 구조적 임금협상력 저하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가 없다는 얘기야. 원자재도 안정될 거야. 원자재 중 가장 중요한 게 유가인데 이란이 지난주 미국과 비엔나에서 회담을 가진 거 알지.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오늘 핵합의를 향한 협상이 6~7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어. 이란산 원유 공급이 급증할 것이란 얘기지. 그리고 존슨앤드존슨의 백신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야. 680만 명 접종에 혈전이 생긴 이가 7명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유럽 방역당국도 위험이 있지만, 효능이 훨씬 높다고 발표했고 이번 주 금요일이면 미국에서도 다시 접종을 재개할거야. B: 그래. 당신 말이 맞다고 치자. 경제가 재개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나면 뭐가 있을까? 바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이야.
올해 미국 경제가 9% 가량 성장한다면 내년 초에는 테이퍼링을 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러면 과열을 방치하거나 정말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내년 초 테이퍼링을 하려면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Fed가 시장에 알려줘야 돼. 버핏지수를 보면 지금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 100%를 훌쩍 넘었어. 이런 상황에서 테이퍼링을 하면 금리가 다시 급등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질 거야.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위험프리미엄은 당연히 줄어들게 되지.
A: 내년 초쯤에는 테이퍼링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경기가 좋고 기업 실적이 뛰어나다면 왜 Fed가 유동성을 계속 공급해야하지? 그게 건강한 거야. 그리고 Fed가 오랫동안 혼자 유동성을 공급해왔지만, 이번에는 행정부와 의회가 재정정책으로 수많은 돈을 쏟아 부었어. 지금 2조 달러가 넘는 잉여저축이 쌓여있는 만큼 테이퍼링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2013년을 돌아봐. 잠시 '테이퍼 텐트럼'을 겪었지만 그해 증시는 무려 30% 넘게 올랐어.
B: 2013년을 보라고 하는데 나는 올해가 2010년과 비슷할 수 있다고 봐.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2009년 증시가 폭등했지. 그리고 2010년 긴 조정을 받았어. 너무 급하게 올랐기 때문이야. 재정정책을 얘기했지만, 재정정책도 거의 피크를 지났다고 생각해. 인프라딜은 될지 안 될 지 아직도 모르고, 의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8년간 집행될 거야.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A: 최근에 달러 떨어지는 것 봤어? 미국 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제는 세계 경제와 증시가 하반기로 가면서 함께 회복될 거야. 세계 경제로 온기가 퍼지는 것이지. B: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 다시 세계의 신규 감염자가 사상 최대로 급증하고 있는데 하반기 세계 경제 회복이 가능할까. 유럽에서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는 뉴스에 달러가 내렸는데 단기라고 생각해. 유럽은 정말 지지부진하고 느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가능성, 중국과 대만 분쟁 가능성도 지정학적 위기도 자꾸 커지고 있어. 이건 달러 강세 요인이야. 그리고 내가 말했듯 미국 증시가 지금 상승 한계에 왔는데, 미 증시가 흔들리면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미국 증시가 긴 조정을 받게 된다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선호될 수밖에 없어.
A: 미 증시는 흔들리지 않아. 지난 1분기 급등했던 밈(meme) 주식 등 투기가 줄어들고 또 한 번 상승 에너지가 축적되는 과정이야. 실적을 내는 우량주들은 주가가 잘 오르고 있고 전반적으로 시장은 건강해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상승장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 지금 팔고 나간다면 후회하게될 거야. 작년에도 내내 그랬지.
B: 도지코인을 봐. 올해 넉 달 동안 8800% 올랐어. S&P 500 지수가 지난 30년간 오른 게 1900%야. 배당까지 포함해서. 정말 시장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해? 이러 저리 몰려다니고 있을 뿐이야. 최근에 코인이 폭등하니까 그리 간 것일 뿐이야. 우량주가 각광받는 건 사이클 후기야. 이번 사이클이 정말 뜨겁고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 이번에야 말로 "5월에 팔아라"라는 격언을 실천할 좋은 때라고 생각해. 작년에 휴가를 가지 못한 펀드매니저들이 올해는 무조건 긴 휴가를 갈 거야. 미국의 휴가지 숙소 예약이 벌써 동이 났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야.
자금 흐름도 그동안 엄청났는데, 꺾이고 있어.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주에 미 증시에서 52억 달러가 빠져나갔어. 모든 투자자 중에 주식을 산 투자자는 개인뿐이야. 그동안 너무 많은 주식이 새로 상장돼서 유동성을 흡수했어.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