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기업 도시바를 인수하려던 영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털파트너스의 계획이 무산됐다.

도시바는 21일 "CVC로부터 '인수 검토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서면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CVC는 지난 6일 도시바 지분 100%를 주당 5000엔(약 5만1713원)에 사들여 상장폐지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10일 이내에 상세한 인수조건을 정해 정식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CVC는 16일까지 정식제안을 하지 않았고 이날 인수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도시바에 전달했다.

도시바도 "현 시점에서는 상장기업으로서의 메리트를 살리는 편이 기업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CVC의 제안을 간접적으로 거부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인수제안이 있다면 선택지의 하나로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CVC가 발을 뺀 건 지난 14일 구루마다니 노부아키 도시바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루마다니는 2018년 도시바 사장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CVC의 일본 법인 회장을 지냈기 때문에 CVC의 인수제안을 받는 것이 이해상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쓰나가와 사토시 신임 도시바 사장은 주주와 대화를 중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회사를 매각하는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부 산하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와 정책금융회사인 일본정책투자은행(DBJ)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던 CVC의 계획이 틀어졌다.

원자력발전 사업을 하는 도시바를 외국계 자본이 인수하려면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책자금과 컨소시엄 구성은 정부 승인을 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 여겨졌다.

일본 금융회사들이 CVC에 인수금융(M&A 자금 대출)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금조달 수단마저 막혔다.

CVC가 인수를 철회하면서 대항매수를 준비 중이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다른 글로벌 PE들도 인수를 제안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도시바 이사회가 현재 4000엔 초반대인 주가를 CVC가 제시한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려 주주들의 이해를 얻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