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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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지만 마냥 봄이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다. 봄만 되면 찾아오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그렇다. 코막힘과 콧물, 재채기에 수시로 녹다운된다. 방치하면 후각장애 등 만성 질환으로 병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감기 증상과 비슷한 ‘알레르기 비염’

코감기 닮은 알레르기 비염…그냥 두면 큰코다쳐요
봄은 알레르기에 취약한 계절이다. 3~5월 환절기가 되면 비염 환자 수가 급증하는 이유다. 알레르기 비염은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코안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코가 막히거나 맑은 콧물이 흐르고, 발작성 재채기가 잦아진다. 때로는 코안이 가렵기도 하다.

증상만큼 원인도 다양하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나 미세먼지 등이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작용한다. 갑작스러운 온도·습도·기압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봄철만 되면 유독 비염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진드기, 동물의 털 등이 원인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당사자조차 알레르기 비염인 것을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부비동염(축농증), 후두염은 물론 자칫 만성적인 후각장애 등 심각한 질환으로 커질 수 있다.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가려움증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하루 한 시간 이상 지속되면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한쪽만 코가 막히거나 노랗고 끈적끈적한 콧물이 나오고, 코피가 잦다면 알레르기 비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심할 땐 코 교정술도 함께

치료에 들어가기 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부터 찾아내야 한다.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팔이나 등에 문질러 변화를 관찰하는 ‘피부반응 검사’를 하면 웬만한 원인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채혈을 통해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를 살펴보는 ‘특이 항원 항체 검사’도 자주 사용한다.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팔뚝에 알레르기 물질 작용을 완화해 주는 주사를 맞는 ‘피하면역 주사요법’과 알약 형태의 항원을 혀 아래에 넣어 면역관용(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에 몸이 반응하지 않는 것)을 유도하는 ‘설하면역 치료법’이다. 두 가지 모두 알레르기 원인이 되는 물질을 조금씩 투여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간 치료해야 한다.

알레르기 치료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건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안이 붓거나 물혹, 비중격만곡증 등이 동반되면 알레르기 치료와 함께 코의 구조적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중격은 코안의 좌우 경계를 가르는 일종의 벽이다. 이 벽이 비정상적으로 휘어지면 코막힘, 축농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코의 좌우 양쪽에 있는 작은 뼈인 하비갑개가 부풀어 올라 코를 막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비중격을 똑바로 세우거나 비갑개를 절제하는 등 코의 구조를 교정하는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인공눈물은 1회에 한 방울만

알레르기 비염을 안고 사는 환자 중 상당수는 알레르기 결막염도 동시에 앓는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끈적끈적한 분비물이 나온다. 눈이 가렵다고 비비면 눈이 붓고 흰자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봄철을 맞아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꽃가루, 미세먼지 등이 안구 표면에 있는 눈물을 더 빨리 마르게 하기 때문이다. 안구건조증과 결막염을 방치하면 각막상피가 벗겨지거나 각막궤양으로 악화돼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는 게 좋다. 안구가 건조하거나 이물질이 들어가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 때마다 인공눈물을 넣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인공눈물을 넣을 땐 ‘1회 한 방울’이 원칙이다. 한꺼번에 여러 방울을 넣으면 몸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눈물 안의 면역성분, 영양분까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인공눈물 대신 식염수나 수돗물을 눈에 넣으면 안 된다. 오히려 안구 표면을 더 건조하게 만든다.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안구건조증이 심하다면 ‘마이봄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마이봄샘은 눈꺼풀 주변에 있는 기름샘이다. 눈물의 필수 성분인 기름층을 생성한다. 마이봄샘이 줄어들면 눈물이 빨리 말라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구내염은 자극적 음식 피해야

환절기를 맞아 면역력이 떨어지면 입안이 헐거나 물집이 잡히는 구내염도 생긴다. 가장 흔한 것은 ‘아프타성 구내염’. 입안에 1㎝가 채 안 되는 하얗고 둥근 염증이 생긴다. 짜거나 매운 음식을 줄이고 음주, 흡연 등을 피해 염증 부위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구내염은 열흘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에 비해 전염성이 강한 헤르페스 구내염은 입술과 입천장 등에 2~3㎜ 크기의 수포가 여러 개 생기는 게 특징이다. 바이러스가 감각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발병한다. 수포가 많이 나타나고 통증이 있다면 하루 두세 번씩 1분간 구강청결제로 입안을 헹궈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