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특금법상 등록 거래소 없어…9월 전격 폐쇄도 가능"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암호화폐 열풍에 따른 투자자 보호 대책을 묻는 여야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이 답변했다.
은 위원장은 "현재 200개가 넘는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이 완료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면서 "만약 등록이 안된다면 9월에 가서 갑자기 폐쇄될 수도 있으니 일주일에 한번씩 언론 등을 통해 (이 같은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를 법적으로 '투자자'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만약 '투자자'라고 표현한다면 당연히 '보호'라는 개념도 뒤따라나온다"면서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 따라 발행되는 유가증권이 아닌데다 실체 자체도 모호하기 때문에 이런 자산에 들어갔다고 다 정부가 보호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은 위원장은 내년 예정된 암호화폐 과세에 대해서도 정부가 법적 실체를 인정한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예컨대 그림을 사고 팔면 양도차익에 대해 당연히 세금을 낸다"며 "그렇다고 해서 그림 가격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 아래 암호화폐 과세 법안을 만든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씀처럼 암호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닌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코인 시장에 몰리는 청년층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했다.
은 위원장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크게 질타했다.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당연히 경고하고 잘못을 꾸짖을 순 있지만 엄연히 많은 국민들이 거래를 하고 있는데 금융위원장이 거래대금이 얼마인지조차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대일 매매에 불과한 그림 거래를 불특정 다수가 경쟁적으로 참여하는 암호화폐와 비교해 설명하는 것도 (은 위원장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암호화폐와 관련한 간접 투자 상품도 늘고 있는데 마땅한 규제가 없다 보니 앞으로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납세 의무만 지우고 보호망 밖에 방치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금융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