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moni"…세계가 주목하는 K그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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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빛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길어도 노년에 이르러선 반짝이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고정관념이었음을 점점 깨닫고 있다. 요즘 할머니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최근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74세의 배우 윤여정 씨다. 생기발랄한 젊은 배우도, 강렬한 이미지를 내세운 남성 배우도 아니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미나리’로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한다면 한국 배우로선 최초다.
‘미나리’에서 윤씨가 연기한 할머니 순자는 따뜻하면서도 쿨하다. 이전에 보던 할머니 캐릭터와 다른 모습에 해외 관객들은 열광한다. 외신들도 ‘halmoni’를 그대로 표기하며 순자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캐릭터뿐 아니다. 유쾌한 농담과 당당함으로 영어 인터뷰를 능숙하게 해내는 윤씨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세련되고 멋진 할머니의 모습에 ‘K그랜마 열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K그랜마에 관심이 쏠리면서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 씨(74)가 2018년 미국 구글 본사에 초청받았던 일도 회자되고 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렇게 극찬했다. “당신의 얘기는 내가 지금껏 본 어떤 사람의 얘기보다 큰 영감을 줍니다.”
멋진 K그랜마는 유명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즘 할머니들은 손주까지 이어지는 육아의 굴레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부장적 분위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했던 과거의 틀을 과감히 깨고 있다. 이루지 못한 모델, 배우 등의 꿈에 도전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여유로운 사람들만의 얘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할머니 중엔 죽을 고비를 넘긴 분, 치매를 앓는 부모님을 모시는 분도 계셨다. 그런데도 그들은 뜨거웠고 생동했다.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애 씨(65)는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지는 석양이 아니라 다시 불타는 해야.” 어떤 역경에도 또 한 번 살아내고, 자신이 삶의 주인공임을 잊지 않는 것. K그랜마의 저력은 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들을 비추던 눈부신 무대 조명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최근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74세의 배우 윤여정 씨다. 생기발랄한 젊은 배우도, 강렬한 이미지를 내세운 남성 배우도 아니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미나리’로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한다면 한국 배우로선 최초다.
‘미나리’에서 윤씨가 연기한 할머니 순자는 따뜻하면서도 쿨하다. 이전에 보던 할머니 캐릭터와 다른 모습에 해외 관객들은 열광한다. 외신들도 ‘halmoni’를 그대로 표기하며 순자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캐릭터뿐 아니다. 유쾌한 농담과 당당함으로 영어 인터뷰를 능숙하게 해내는 윤씨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세련되고 멋진 할머니의 모습에 ‘K그랜마 열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K그랜마에 관심이 쏠리면서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 씨(74)가 2018년 미국 구글 본사에 초청받았던 일도 회자되고 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렇게 극찬했다. “당신의 얘기는 내가 지금껏 본 어떤 사람의 얘기보다 큰 영감을 줍니다.”
멋진 K그랜마는 유명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즘 할머니들은 손주까지 이어지는 육아의 굴레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부장적 분위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했던 과거의 틀을 과감히 깨고 있다. 이루지 못한 모델, 배우 등의 꿈에 도전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여유로운 사람들만의 얘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할머니 중엔 죽을 고비를 넘긴 분, 치매를 앓는 부모님을 모시는 분도 계셨다. 그런데도 그들은 뜨거웠고 생동했다.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애 씨(65)는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지는 석양이 아니라 다시 불타는 해야.” 어떤 역경에도 또 한 번 살아내고, 자신이 삶의 주인공임을 잊지 않는 것. K그랜마의 저력은 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들을 비추던 눈부신 무대 조명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