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사건 내용의 공표를 차단하면서도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공보준칙 제정에 나섰다. 22일 공수처·학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공보준칙 마련을 위해 언론 관련 학계에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보준칙은 '피의사실 공표 원천 차단'과 '언론의 자유 보장 방안' 두 축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상충할 수 있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겠다는 게 공수처의 복안이다.
피의사실 공표는 기존 수사기관의 행태가 심각한 인권·방어권 침해를 초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원천 차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무죄 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인권보호 조치 등을 강화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될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내용도 담긴다.
특히 언론 위축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정정보도 청구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운용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사건관계인의 명예·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존재해 신속하게 그 진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 해당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돼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 규정을 다소 완화해 '당사자의 인권 등을 심각하고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만 대응하기로 했다.
정정·반론보도 청구도 최소한의 오보 내용 반영만을 요구하는 식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다만 피의사실 공표 차단과 언론 자유 보장은 서로 상충하는 가치인 만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검찰과는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공인으로 분류되는 고위공직자라는 점에서, 전향적으로 수사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진욱 처장은 지난 2월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언론과 국민, 수사당국이 합의해 어느 선에서 보도한다, 안 한다를 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21일부터 검사 합격자 명단 등 내부 공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을 파악하고 전 직원 대상 감찰을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유출된 공문서와 관련해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최종 확정 전인 '수사관 합격자 명단'도 유출 문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수사관 합격자 실명을 보도하며 로펌 출신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