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3조·당근마켓 2조…쿠팡효과에 스타트업 몸값 '兆단위'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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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인재도 스타트업·VC로…벤처 투자금 사상 최대
벤처투자조합 작년 1076개로 늘며 투자 약정액 30조 돌파
플랫폼·바이오에 ‘뭉칫돈’…당근마켓 가치 1년반 새 10배↑
적자에도 미래가치에 베팅…일각선 “과도한 거품” 우려도
벤처투자조합 작년 1076개로 늘며 투자 약정액 30조 돌파
플랫폼·바이오에 ‘뭉칫돈’…당근마켓 가치 1년반 새 10배↑
적자에도 미래가치에 베팅…일각선 “과도한 거품” 우려도
당근마켓은 2019년 9월 벤처캐피털(VC)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를 2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투자업계에선 “동네 중고거래 업체가 무슨 2000억원씩이나 되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이 회사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2조원 가까운 몸값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6개월 사이에 몸값이 10배가량 뛴 것이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수천억원대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컬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3조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 전 2000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몸값은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후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플랫폼·바이오 산업 등에 뭉칫돈이 몰려들면서 기업들의 몸값도 폭등하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VC인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으면서 몸값이 6조원대로 평가됐다. 지난 2월 투자 유치 당시에는 기업가치가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불과 2개월 만에 네 배가 됐다. 이곳에 초기 투자한 VC들은 1000%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수는 2016년 3곳에 불과했지만 올 3월 13곳 이상(이미 상장한 곳 제외)에 달한다.
한 VC 심사역은 “크래프톤 같은 게임회사에 초기 투자한 VC는 이 회사가 상장했을 때 2000억원가량의 성과급이 나올 것”이라며 “한 사람이 아니라 그 회사 구성원 전체가 나눠서 받겠지만, 수십억원이 아니라 수백억원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 같은 ‘대박’을 건지지 못하더라도 20억~30억원 수준의 보상을 받거나 그 정도를 기대하는 VC들은 흔하다. 몸값이 수직 상승한 스타트업 종사자 역시 스톡옵션, 우리사주 등으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1인당 9억원가량을 받은 SK바이오팜 상장이 좋은 예다.
이런 소식이 빠르게 회자되면서 낮은 성장성과 임금상승률, 가파르게 오르는 부동산 가격 등에 지친 젊은 층 사이에서는 스타트업, VC 등에 가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통산업 종사자 중에는 “열심히 일했는데 보상이 너무 다르다”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20년 전 ‘닷컴 버블’ 때처럼 전통산업-성장산업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부 스타트업의 몸값이 ‘뻥튀기’됐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의 몸값은 연간 거래액(GMV)의 1~1.2배 수준이었다. 카카오가 온라인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을 인수할 때는 1.3배, 쓱(SSG)닷컴이 W컨셉을 인수할 때는 1.1배가 적용됐다. 하지만 당근마켓 등 최근 투자를 받는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두세 배 수준까지 거론된다.
한 기관투자가는 “VC업계에서도 최근 기업들의 희망 가격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업계 내에선 극단적인 저금리 환경과 대규모 정책자금 출자로 지탱되고 있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종우/차준호/황정환 기자 jongwoo@hankyung.com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수천억원대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컬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3조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 전 2000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몸값은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후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재·돈 빨아들이는 벤처
나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한 쿠팡을 필두로 국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제2벤처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조합(펀드) 수는 지난해 1076개로 역대 처음으로 1000개를 넘어섰다. 약정금액(32조9334억원)도 사상 처음으로 30조원 벽을 뚫고 올라섰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올해 40조원 돌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실제 투자액도 지난해(4조3045억원)보다 16% 이상 늘어난 5조원(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플랫폼·바이오 산업 등에 뭉칫돈이 몰려들면서 기업들의 몸값도 폭등하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VC인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으면서 몸값이 6조원대로 평가됐다. 지난 2월 투자 유치 당시에는 기업가치가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불과 2개월 만에 네 배가 됐다. 이곳에 초기 투자한 VC들은 1000%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수는 2016년 3곳에 불과했지만 올 3월 13곳 이상(이미 상장한 곳 제외)에 달한다.
전통산업-성장산업 ‘격차’ 커져
기업들의 몸값이 폭등하면서 벤처 분야에 투자하거나, 이 분야에서 일할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전통산업과 크게 격차를 벌리고 있다. 돈을 따라 자연스레 인재가 몰리는 배경이다.한 VC 심사역은 “크래프톤 같은 게임회사에 초기 투자한 VC는 이 회사가 상장했을 때 2000억원가량의 성과급이 나올 것”이라며 “한 사람이 아니라 그 회사 구성원 전체가 나눠서 받겠지만, 수십억원이 아니라 수백억원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 같은 ‘대박’을 건지지 못하더라도 20억~30억원 수준의 보상을 받거나 그 정도를 기대하는 VC들은 흔하다. 몸값이 수직 상승한 스타트업 종사자 역시 스톡옵션, 우리사주 등으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1인당 9억원가량을 받은 SK바이오팜 상장이 좋은 예다.
이런 소식이 빠르게 회자되면서 낮은 성장성과 임금상승률, 가파르게 오르는 부동산 가격 등에 지친 젊은 층 사이에서는 스타트업, VC 등에 가려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통산업 종사자 중에는 “열심히 일했는데 보상이 너무 다르다”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20년 전 ‘닷컴 버블’ 때처럼 전통산업-성장산업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상승 경계감도
이번 벤처붐은 닷컴 버블의 붕괴와 함께 오랜 벤처 투자의 암흑기를 낳은 20년 전과는 다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투자를 받고 몸값을 키우는 기업들 중 과거처럼 실체가 없거나 사기성이 짙은 회사는 거의 없다. 20년 동안 기업들의 정보공개 수준도 높아졌고 기관투자가가 늘어나면서 질적으로 훨씬 정제된 투자 시장이 형성됐다.다만 일부 스타트업의 몸값이 ‘뻥튀기’됐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의 몸값은 연간 거래액(GMV)의 1~1.2배 수준이었다. 카카오가 온라인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을 인수할 때는 1.3배, 쓱(SSG)닷컴이 W컨셉을 인수할 때는 1.1배가 적용됐다. 하지만 당근마켓 등 최근 투자를 받는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두세 배 수준까지 거론된다.
한 기관투자가는 “VC업계에서도 최근 기업들의 희망 가격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업계 내에선 극단적인 저금리 환경과 대규모 정책자금 출자로 지탱되고 있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종우/차준호/황정환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