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에 입혀진 일본 브랜드 데상트 패딩./ 사진=연합뉴스
'평화의 소녀상'에 입혀진 일본 브랜드 데상트 패딩./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서울 강동구 소재 평화의 소녀상에 일본 브랜드 패딩을 입혀 모욕 등 혐의로 고발당한 남성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자 한 것이 아닌 일본을 모욕하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월22일께 강동구청 앞에 놓인 소녀상에 일본 브랜드 데상트 패딩이 입혀진 채 발견됐다. 소녀상 옆에는 같은 브랜드의 흙이 묻은 낡은 신발과 가방도 놓여져 있었다.

당시 이를 발견한 '강동구 소녀상 보존 시민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를 위안부 피해자와 강동구민 등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이라고 보고 성명 불상의 범인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데상트는 2019년 시작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 대상에 오른 일본 의류 브랜드다. 위원회 측은 이 제품을 소녀상에 입힌 것은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고발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 소녀상은 2019년 8월 위원회 측의 추진으로 세워졌다.

결국 경찰은 범인 추적에 나섰고, 이후 남성 A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검거했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A씨는 "패딩을 입힌 것은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일본을 모욕하려는 뜻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위원회는 A씨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현재는 소녀상 건립에 모금한 시민들에게 동의여부를 묻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위원회가 취하서를 내지 않으면 모욕 혐의의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 등에게 처벌 의사를 물어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