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 패권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중국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여러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펼치면서 상용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행정부도 그 파급력에 대해 예의주시하게 됐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강대국은 왜 기축통화국이 되고 싶은 것일까?

기축통화란

한국 원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각 국가는 고유의 화폐를 자국 내 거래에 사용하지만, 국제 교역으로 범위가 넓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라마다 사용하는 화폐가 다르기 때문에 국제 교역에서 여러 종류의 화폐가 사용된다면 환전해야 하는 비용과 통화가치의 안정성 문제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교역 비용도 높아진다. 국제 교역을 위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는 이러한 불편을 줄여준다. 현재 미국 달러화는 국제 무역거래나 금융거래에서 결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기축통화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축통화의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화폐발행국의 △경제규모 △통화가치의 신뢰성 △금융부문의 발달 등이 충족돼야 한다. 이런 요건들이 갖춰져야 한 나라의 화폐가 국제적으로 △계산의 단위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이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미국 달러화는 2020년 4분기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액의 59%, 국제 금융 거래 비중으로는 38.3%를 차지하고 있다.

기축통화의 역사

그렇다면 미국 달러화는 계속 기축통화였을까? 그렇지는 않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지는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 이전에 기축통화 역할을 했던 화폐는 무엇이었을까? 대항해 시대가 시작된 15~16세기에는 식민지를 개척하던 스페인의 페소가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 1588년 영국 해군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는 전쟁을 치르면서 스페인의 세력이 약화되자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세우면서 세력을 확장하였다. 이때 네덜란드 ‘길더’가 기축통화가 되었다. 이후 산업혁명과 명예혁명 등으로 경제와 정치가 안정된 영국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파운드화’가 세계적으로 통용되었다. 파운드화는 19세기 후반 국제 교역에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했다. 영국은 이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등으로 불리며 패권이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영국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국 달러화에 기축통화 패권을 내주고 말았다. 물론 그 이후 일본 엔화와 유럽연합(EU)의 유로(EURO) 등이 그 지위를 위협하기도 했지만,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였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미·중 패권전쟁

하지만 중국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2위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2016년부터 미국과 중국은 보복관세 및 각종 규제조치로 서로를 견제하는 등 미·중 패권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정보기술(IT) 및 제조업 등 주요 기업에 대해 수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및 통신 장비 등 첨단산업과 관련한 수출에 대해서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를 보급하기 위한 여러 시범사업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가 세계 외환보유액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노리고, 미국 달러 패권을 견제하려 한다. 역사적으로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의 기축통화로서의 수명은 90~100년 남짓이었다. 과연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 역할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까?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다. 특정 발행 주체가 없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며 현금처럼 가치 변동이 거의 없다. 액면가격이 정해져 있고 기존 법정통화와 1 대 1 교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법정 디지털화폐’라고도 불린다. 또한 중앙은행 입장에서 실물을 발행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영동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