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기획부문 부문장(상무) / 사진=시몬스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기획부문 부문장(상무) / 사진=시몬스
“밍글(mingle)할 줄 아는 순발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기획부문 부문장(상무)은 “요즘 시대 마케터의 최고 덕목은 순발력 있는 사고와 이슈를 밍글(조합)할 수 있는 센스”라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트렌드가 계속 변하고 잠재 고객과 연결된 플랫폼의 변화도 심하기 때문에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며 “그런 대응을 위해선 먼저 수많은 플랫폼에 대한 스터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를 기획해 잠재적인 소비자 접점까지 환상적인 타이밍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 경영’을 전공했다. 이탈리아 남성복 회사 ‘에르메네질도 제냐’ 뉴욕 쇼룸에서 홀세일 머천다이저로 근무했다. 한국 제냐에서 리테일 플래너와 바이어 업무를 겸직했고 CJ오쇼핑에서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했다. 2015년 시몬스에 입사했다.

Q: 시몬스 광고가 독특한데

A: ‘하품은 옆사람에게 옮겨간다. 여러 사람에게 하품이 계속 옮겨가는데 (숙면을 취한) 시몬스 고객엔 하품이 옮겨가지 않는다.’ 시몬스 광고를 본 사람들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광고는 뜻을 전달하지 않는다. 디자인이나 기능을 강조하는 여느 광고들과는 다르다. 침대라면 시몬스가 떠오르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튀는 광고로 소비자들이 궁금해서 찾아보게 유도한다. 그렇게 찾아보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보통은 ‘우리 상품이 이렇게 좋아요. 경쟁사와 이렇게 달라요’라고 푸시 메시지를 사용하는데 그렇게 하면 소비자가 귀를 닫는다.

반면 소비자는 자신이 스스로 검색한 정보는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기 손으로 찾아낸 것이라서 그렇다. 그런 정보는 확실하게 각인된다.

Q: 젊은 고객이 중요한데

A: MZ세대나 그 보다 더 어린 미래 고객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미래 고객에게 ‘음악을 듣는다’는 들으면서 동시에 본다는 의미다. 과거엔 뮤직비디오를 얘기했는데 지금은 듣는 것이 곧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문자 만큼, 아니 문자 보다 더 중요한 게 이미지다. 시몬스는 좋은 느낌, 멋진 느낌을 갖게 하는 이미지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광고도 느낌과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광고에 시몬스 로고 대신 애플 로고를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Q: MZ세대 마케터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A: 그들의 역량을 끌어내려면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각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분담해주고 성과를 내면 작게 나마 빠르게 보상해야 한다.

시몬스는 주 52시간 근무를 위해 매주 금요일은 오전 근무만 한다. 퇴사하는 직원들을 인터뷰해보면 금요일 ‘하프 데이’가 만족스러웠다고 입을 모은다. 관리자는 MZ세대 마케터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시몬스는 2020년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성수동에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인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었다./사진=시몬스
시몬스는 2020년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성수동에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인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었다./사진=시몬스

Q: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A: 비주얼, 디자인, 스페이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은 광고나 제품 사진, 카탈로그, 인스타그램 등이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빠르게 전달된다.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은 매트리스 프레임 침구류 등 제품 디자인이다. 소비자들은 매트리스가 아니라 프레임에 먼저 주목한다. 그래서 침대 프레임이 매우 중요하다. 매트리스는 그 다음이다.

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은 매장이나 시몬스 테라스 같은 복합문화공간을 기획하는 것이다.

Q: 시몬스 테라스는

A: 경기도 이천 생산시설(시몬스 팩토리움)과 함께 있다. 마케팅에서 공간구성 및 프로그램 운영 등을 기획했다. 2018년 9월 오픈했는데 매달 평균 1만5000명이 방문한다. 당초 기획의도가 ‘모객’이 아니라 이천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운영이었다. 이천 주민들이 자랑할 만한 명소가 돼 보람을 느낀다.

Q: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A: 파트너사(대행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 내부 인력이 팀을 구성해 업무를 진행하는 유닛 그룹이다. 대개 대행사들에 마음에 들 때까지 결과를 내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대행사)은 눈치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소극적으로 일한다.

시몬스는 파트너사들에 프로젝트 성격과 디자인 철학 등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not to do(하지 말아야 할 것)’ 리스트를 제시한다. 그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는 다 해도 된다는 의미다. 외부 전문가들의 창의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내부 인력은 진짜 실무를 배운다.

Q: ‘원가절감’이 금기어라는데

A: 그렇다.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현존하는 최상급 소재를 수급해 긴 시간 갈고 닦은 장인정신(R&D)으로 제품을 만드는데 마진을 생각하다 보면 저렴한 대체 소재를 찾게 된다.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 지불하고 판매가격에도 반영한다. 납품하는 협력사가 좋은 환경에서 업을 유지할 수 있어야 좋은 품질도 유지될 수 있다.

■ Interviewer 한 마디

김성준 상무는 ‘애자일 경영’이라는 트렌드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했다.

“애자일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는 하는데 업무에서 실천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의 고정관념 탓이죠. MZ세대들은 이미 그렇게 일하고 있어요.”

김 상무는 “트렌드를 민감하게 공부해서 빠르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하다가 안되면 포기도 빨라야 한다”며 “포기가 느리면 애자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슨스 디자인스쿨에 입학했을 때 디자인 경영이 새로 생겼는데 당시 교수님이 ‘디자인을 경영하기도 하지만 경영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애자일을 빠른 수용에 더해 빠른 포기로 해석한 것이 그런 가르침 덕분인 것 같다”고 웃었다.

김 상무 주장대로 ‘빠른 포기’가 가능하려면, 그리고 그런 포기가 결과없음으로 끝나지 않고 제3의 대안제시로 이어지려면 ‘순발력 있는 사고와 이슈를 밍글(조합)할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해보인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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