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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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가 합법화돼 있는 뉴질랜드에서 성관계 도중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고 피임과 건강 목적의 보호장구를 제거하는 이른바 '스텔싱(stealthing)'에 강간죄가 적용됐다.

23일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웰링턴 지방법원은 2018년 매춘업소 여성과 합의 없이 콘돔을 뺀 후 이에 대한 거부 의사에도 관계를 계속한 40대 남자에게 징역 3년 9개월을 선고했다.

스티븐 해럽 판사는 판결에서 피고인이 매춘업소를 찾았을 때 성관계 때 법적으로 반드시 콘돔을 착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성관계 도중에 콘돔을 제거하고 여자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행위를 계속한 것은 강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남성은 동남아 국가에서 온 이주 노동자로 알려졌다. 뉴질랜드에서 성매매 산업 종사자와 고객은 법적으로 보호장구를 사용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아울러 종사자 자격 또한 엄격하다. 2003년 제정된 성매매개혁법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민 또는 영주권자만 성매매 산업에 종사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스텔싱에 대해 강간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성관계 도중에 스텔싱 행위를 한 남성에 대해 민사상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건은 지난해 연인 사이였던 남녀 사이에서 발생했다.

여성은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고 피임도구(콘돔)을 제거한 연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 및 성병을 예방하고 안전한 성관계를 희망한 원고를 속이고 성적 자기 결정권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 여성에게 1백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스텔싱 행위는 2014년 캐나다에서 성범죄로 규정된 뒤 국제사회에서 형법상 처벌 대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스위스와 독일, 영국 등의 국가에서도 스텔싱을 처벌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아직 처벌한 사례가 없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