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산업, 본격적인 콘텐츠 경쟁에 돌입 [애널리스트 칼럼]
OTT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년부터 1년 이상 지속된 팬데믹 환경에서 가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며 주요 OTT 사업자들은 기대 이상의 가입자 성장을 얻었다. 급격한 변화를 목도한 다수 사업자들은 기존보다 강경한 자세로 글로벌 OTT 가입자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0년 간 시장을 선도한 넷플릭스뿐 아니라 전통 미디어인 월트디즈니(디즈니+), AT&T(HBO Max), 전자상거래(아마존), IT 서비스(애플) 등도 시장 성장에 베팅하고 있다.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OTT는, 서비스적으로 기존 유선 TV 방송이 가지는 단점(일방적 콘텐츠 공급, 비싼 이용료)을 개선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수익 측면에서는 케이블 TV가 점유하던 미국 내수 광고 시장을 OTT가 잠식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시장 조사 기관 추산에 따르면 2020년 미국 OTT 시장 규모는 25조원, 방송 광고 시장은 68조원으로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미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OTT 서비스들은 이제 글로벌 지역으로 적극 확장하며 미국 외 지역 광고 시장을 흡수하는 단계다.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64조원, 방송 광고 시장은 157조원으로 역시 격차가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OTT가 빼앗아올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작지 않다.

대표 업체인 넷플릭스는 전년의 가파른 가입자 상승으로 인해 이익 체력이 급격히 향상됐다. 현재 시장에서 기대하는 2021년 영업이익 예상치는, 코로나 이전에는 2023년에나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았던 수준이다. 후발 주자인 월트디즈니도 상황이 좋다. 당초 2024년에 목표했던 1.4억명 가입자를 이미 달성했다. 1억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데에는 출시 시점부터 1년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과거 넷플릭스는 가입자 1억명 달성에 10년이 걸렸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OTT 수용이 그만큼 빨라진 것이다.

글로벌 방송 광고 잠식이라는 공동의 목표와, 가입자 조기 확보로 빠르게 개선된 선두 그룹의 이익 체력 때문에 글로벌 가입자 확보를 위한 OTT 간의 고강도 경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부 투자 유치 없이도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확보한 넷플릭스는 20조원 이상, 2위권 사업자(월트디즈니, 아마존, 애플 등)도 각각 10조원 가량을 콘텐츠 소싱에 투자할 전망이다. 투자 예산이 각 OTT 매출액 전체에 가까울 정도로 크다. 그러나 빼앗아올 광고 시장 규모가 더욱 크기에 해볼 만한 베팅이다.

이러한 글로벌 거대 OTT 간의 경쟁에서 주목할 점은 1) 가입자가 모일수록 영업 레버리지가 발생하는 특성(고정비성 콘텐츠 투자)과 2) 서비스 차별화는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 살아남는 소수 상위 플랫폼이 시장 성장의 과실을 상당부분 점유하게 될 것과, 2) 플랫폼들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 수주하는 제작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함께 전망해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강한 선두권 플랫폼(넷플릭스, 월트디즈니)과, 억눌려왔던 콘텐츠 제작 역량을 보유한 다수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분산 투자가 유망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