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사태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내 폭력 즉각 중단’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자 미얀마 민주진영도 환영의사를 밝혔다.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 및 외교장관들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아세안은 의장 성명 부속문건 형태로 정상들이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세안 정상들의 합의로 쿠데타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얀마 유혈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군사정권과 대척하는 국민통합정부(NUG)도 “이번 합의사항이 우리가 촉구해오던 것이었다”며 “고무적인 소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아세안 특별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아웅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경의 폭력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현지 인권단체 정치법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군경 폭력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748명이다. 체포 및 구금된 사람은 3389명에 달한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83일 만에 발생한 피해다.

다만 애초 의장 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범 석방은 해당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반영됐다. 정치범 석방은 폭력 즉각 중단과 더불어 민주진영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던 만큼 향후 군정과 민주진영 간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현지 언론들은 “미얀마 군부가 이번 합의사항을 잘 준수할지, 아세안 국가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후속 조치에 나설지에 따라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세안 정상들이 ‘폭력 중단’에 합의한 이날에도 미얀마에선 유혈사태가 벌어져 한 청년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