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의 노장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주최로 25일(현지시간, 한국 시각 26일 오전 9시)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으로 시상대에 오른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 정말 반갑다. 드디어 만나게 됐다. 저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계셨나"라며 농담을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의 수상소식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가 윤며들었다"며 축하를 건넸다.

이재명 지사는 "한 개인의 수상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기뻐하는 이유는 이미 수십 년간 윤여정 배우의 진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익히 알던 멋진 배우가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니 내 일처럼 으쓱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의 수상을 두고 다채로운 의미 부여가 쏟아지겠지만 수상소감에서 그랬듯 그는 '운이 좋았다'라고 웃어넘길 것"이라며 "삶에 대한 그 담백한 겸허함이야말로 우리가 윤며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께 단비와도 같은 기쁜 소식을 전해준 배우 윤여정씨와 영화 '미나리'의 출연진, 제작진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64년 만에 아시아 여성 배우 수상자의 탄생과 더불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거머쥐었다"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 이후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사를 또다시 썼다"고 평가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어 "영화 속 윤여정씨는 딸을 위해 미국으로 간 한국 할머니 '순자'의 역할을 맡아, 아메리칸드림의 아픈 감정, 가족과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가슴 뭉클하게 표현해냈다. 먹먹하고 따뜻했던 윤여정 배우의 연기는 세계 영화인들에게 큰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면서 "불안과 혼돈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했던 '미나리' 속 주인공들처럼, 연대와 사랑으로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02년 한국 영화사에 영원히 기억될 날"이라며 윤여정의 수상을 축하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미나리'는 영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대한민국을 일궈낸 우리 선배 세대들의 삶 그 자체"라면서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극복의 에너지와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디에서든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세계 영화계에 우뚝 선 한국영화가 오늘 수상을 계기로 전 세계에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