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3200 선에 안착했다. 그러나 지수 상승분 만큼 수익을 낸 개미는 드물다. 오히려 국내 증시를 이탈해 암호화폐 시장이나 미국 증시를 두드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각종 종목 게시판이나 주식 관련 카페에는 '이제 주식 재미없다'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코스피지수는 오르는데 왜 개인 계좌는 온통 '파란색'이라는 불평이 들려오는 걸까.

낮아진 증시 변동성

26일 코스피지수는 0.73% 오른 3209.38에 마감했다. 이달들어 코스피지수는 18거래일 중
16일 상승했다. 상승추세만 보면 개인도 당연히 수익을 냈어야했다.

최근 개인이 주식 시장에 대한 흥미를 잃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낮아진 데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1% 이상 오른 건 18거래일 중 단 하루 뿐이다. 매일 오르긴 했지만 0% 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18.51로 20을 하회했다.

지난 1월 말(35.73)의 반토막 수준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팀장은 "개인은 단순히 수익을 냈을 때보다 변동성이 높을 때 수익을 내야 더 기뻐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수가 우상향이면서 동시에 변동성이 클 때 개인의 매매집중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장기투자로 꾸준한 수익을 내기보다는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 수익을 내는 걸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증시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개인 매수세도 급격히 줄었다. 이달들어 개인의 순매수액은 약 4조원에 그쳤다. 지난 1월(25조9000억원)의 6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지난 1월처럼 개인의 힘으로 개인 선호 종목을 주무르기에는 부족한 유동성인 셈이다.

1월이 고점인 대장주들

개인이 대규모로 매도한 대장주가 일제히 횡보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올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위는 삼성전자다. 총 17조400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2위(삼성전자우·3조1000억원)와도 압도적인 격차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11일 최고점(9만6800원)을 찍은 뒤 3개월 넘게 8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3위인 현대모비스 역시 1월11일 40만5000원까지 올라선 뒤 주춤한 상태다. 5위인 현대차 역시 애플과의 협력 소식으로 지난 1월 최고점(28만9000원)에 올라섰지만 이날 22만1500원에 마감했다. 개인 선호 종목인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관련 대장주가 모두 고점 대비 하락한 것이다. 손해를 보고 팔기엔 체력이 워낙 좋은 대장주인만큼 쉽게 손절매하지 못하고 관망하고 있는 셈이다.

대장주, 어찌하리오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자 지난 20일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를 비울 용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 컨센서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코스피200이나 코스닥 종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딱 한번 삼성전자를 비운다면 2분기여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순이익 컨센서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코스피200 순이익 전망치는 2분기가 가장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도 있다. '지금이 삼성전자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정명지 팀장은 "매분기 배당하는 고배당주인데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3분기부터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만큼 스마트폰이나 가전 출하량도 그때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반영한 포트폴리오 조정은 일부 필요하다고 봤다. 정 팀장은 "화학이나 철강 등 경기 회복 국면에서 가장 먼저 좋아지는 업종 몇 가지는 편입하느 게 고른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