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타트업의 멘토가 되어
최근 조(兆) 단위 매각부터 해외 기업공개(IPO)까지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 소식이 줄을 잇는다. 엑시트가 아니더라도 기존 강자들의 아성을 위협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룬 스타트업도 상당수 등장했다. 그만큼 스타트업 시장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초기 단계 펀딩이 많이 늘어났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대중과 기업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이젠 어엿하게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이 됐다. 대기업도 스타트업과 같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잘하는 곳이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된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시작한 지 벌써 9년, 150여 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했다. 나는 미국에서 처음 창업했을 때 겪은 초기 자금 마련과 운영의 어려움을 바탕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질문을 던지고, 나의 경험과 내가 만났던 다른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이야기하곤 한다.

창업도 해 보고 스타트업 육성도 하다 보니 스타트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 스타트업은 경제의 신동력 에너지원이다. 혁신과 도전,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어찌 미래를 논할 수 있을까?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위해서도 스타트업은 꼭 필요한 존재다.

스타트업은 작지만 빠르다. 사회와 기술 변화에 기존 기업보다 훨씬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 경제 발전의 자극제가 된다. 스타트업의 모토가 ‘도전’ 아니던가. 기존 기업은 도전하려면 여러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혁신을 낳는다.

스타트업은 산업의 틈을 주시하고 사회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해 비대면 산업이 그랬고, 올해는 ESG가 화두다. 최근 소음과 악취 등 환경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푸드 부산물을 재생산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났다. 두 스타트업은 방법은 달랐지만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같았다. 지역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그들과 동반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 역시 같았다. 나는 두 스타트업에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며 글로벌로 판로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직면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스타트업을 만나면 가슴이 뛴다. 그들이 만들 수 있는 미래를 그리는 것이 즐겁고 그 길에 조언자가 되는 것이 보람차다. 그래도 한 번 먼저 가본 길이니, 후배들이 실패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양지로 나와 당당히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내가 창업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분야에서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실패가 더 큰 도약의 밑거름으로 작용하는 사회구조가 된다면 그 사회는 가치있는 혁신과 성장을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