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가계가 코로나19로 소비를 억제하면서 명목 민간소비 증가율이 4%포인트가량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는 이 억눌린 소비가 짧은 시기에 분출하는 ‘펜트업(pent-up)’ 효과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향후 펜트업 소비(이하 보복소비)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조치 등으로 가계 씀씀이가 줄었다”며 “방역조치 등이 지난해 명목 민간소비 증가율(-4%)을 4%포인트가량 갉아먹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음식점·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단축됐고, 그만큼의 민간소비가 증발했다는 뜻이다.

씀씀이가 줄어든 만큼 지난해 가계 여윳돈은 불었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통계월보를 보면 2020년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10.2%를 기록해 전년(6.0%)보다 4.2%포인트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후 21년 만에 10%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미국도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저축률이 전년 대비 8.8%포인트 오른 16.3%를 기록했다. 한은은 “저축률이 상승하면서 불어난 가계 여유자금이 보복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복소비가 현실화하려면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회복으로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가계가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복소비를 억제할 변수도 적잖다. 지난해 바깥 활동을 삼가는 대신 온라인 쇼핑을 비롯한 비대면 소비는 늘었다. 비대면 소비로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늘었다. 지난해 명목 내구재 소비 증가율은 11.4%를 기록했다. 내구재를 상당량 사들인 가계가 올해도 작년만큼 매입할 여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대 한은 조사국 과장은 “이번 실물경제 위기는 전례 없는 보건 위기”라며 “감염병 확산 여부와 백신 보급 속도가 보복소비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