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이 연일 20조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거래소의 이용약관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에 이어 3년 만에 이들 업체의 약관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버 먹통돼 손실 나도 암호화폐거래소 '책임 無'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암호화폐거래소 이용약관을 분석한 결과 접속 폭주, 해킹 피해 등에 거래소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대거 확인됐다. 업비트는 순간적인 접속 증가, 일부 종목의 주문 폭주, 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장애, 외주 시스템 하자 등으로 회원이 손실을 봤을 때 거래소가 ‘관리자의 주의’를 다했다면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관리자의 주의는 정보보호 교육, 정기 점검 등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다. 빗썸 약관도 디도스 공격, 데이터센터 장애, 접속 폭주 등에 회사 책임을 모두 면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약관은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마련한 기본안을 업체 사정에 맞게 약간씩 변형한 정도”라며 “정부가 암호화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게 ‘자율’에 맡겨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코인 광풍’ 때도 서버가 먹통이 돼 손실을 본 이용자들이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구제받을 길이 없는 셈이다.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이용자는 거래수수료를 내는 만큼 거래소는 서버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3년 전 12개 거래소에서 14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잡아내 시정권고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없었고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정위가 거래소 약관 직권조사에 들어간 배경이다. 이번에는 당시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신생·중소 거래소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이지훈/이인혁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