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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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가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섰다. CJ제일제당은 타사 제품을 이용한 스팸 덮밥에 대한 소비자의 문제제기에 '스팸 인증제'를 도입했다. 매일유업은 환경을 위해 빨대를 없애자는 소비자의 요청에 손편지로 답한 뒤 빨대 없는 제품을 선보였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스쿨푸드, 신전떡볶이 등 스팸을 재료로 사용하는 외식업체에 '스팸 인증마크'를 제공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가게 출입문, 메뉴판 등에 붙은 인증마크로 정품 스팸 사용 여부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CJ제일제당의 움직임에는 소비자의 민원과 이로 인한 논란이 한몫했다. 올해 1월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스팸 덮밥'을 주문한 소비자는 해당 메뉴가 상대적으로 저가인 이른바 '런천미트'를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소비자는 배달 앱(운영프로그램) 리뷰에서 "음식에 사용된 재료가 스팸이 아니다. 정확한 표기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당시 식당 측은 "스팸류의 통조림 햄을 다 스팸이라 부른다. 다른 음식점도 이처럼 표시한다"며 소비자의 지적에 응대했다.

업체 측의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캔햄 시장에서 스팸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 캔햄의 '대명사'로 통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논란 당시 업체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런천미트'와 정품 스팸은 돼지고기 함량과 맛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런천미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캔햄 제품을 통칭하며 육류 함량은 돼지고기 40%, 닭고기 30% 수준이다. 돼지고기 함량이 80~90%인 스팸과는 맛에서 차이가 난다.

CJ제일제당은 스팸 인증제가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인증마크는 소비자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기획됐다"며 "스팸을 사용하지 않고도 스팸이 들어간 메뉴로 표기하고 있는 사례를 바로 잡아달라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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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매일유업도 소비자 문제 제기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지난해 2월 한 소비자는 매일유업 액상발효유 엔요 패키지에 붙어있는 일회용 빨대를 모아 업체 측에 보내며 빨대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매일유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마시기 편리한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 다만 제품의 안전성을 저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포장재의 구조를 변경해야 해서 제품에 빠른 적용이 어려운 상황임을 너그러이 양해해달라"는 내용의 자필 편지로 답했다. 이후 매일유업은 엔요 전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했고, 멸균 우유제품 일부에서도 빨대를 없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켰을 때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식품의 특성상 제품의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안전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제품이나 제도에 반영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