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영화의 인기가 같은 제목의 책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달 31일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흑백 사극영화 ‘자산어보’의 경우, 같은 제목의 원저와 소설책이 시중에 여럿 나온 상황이라 영화의 출판시장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분석이다.

30만명 넘게 본 영화 '자산어보'…책 판매 5배 넘게 늘어
27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서점가에 나와 있는 자산어보 관련서는 30여 종.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의 해양생물 박물지인 《자산어보》의 번역서와 동명의 소설을 비롯해 자산어보라는 키워드가 제목에 들어간 책을 포함한 수치다.

더스토리와 서해문집, 지식산업사, 목근통 등의 출판사에서 《자산어보》 번역서를 냈다. 자산어보가 핵심 단어로 제목이 들어간 아동용 서적과 해설서, 연구서도 다수 있다. 소설가 오세영 씨가 2004년 문예춘추사에서 출간한 소설 《자산어보》를 비롯해 김훈의 《흑산》(학고재), 한창훈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문학동네) 등 관련 소설도 적지 않다.

영화 ‘자산어보’가 입소문을 타면서 실제 서적 판매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교보문고가 올 1월 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정약전, 자산어보 등의 키워드가 들어간 책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539.5%에 달했다. 관련 서적 판매가 다섯 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2019년과 2020년의 판매 증가율이 각각 27.8%, 50.5%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영화 개봉 효과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절대 판매량은 1000여 권 정도에 불과해 ‘출판 붐’이라고 부르긴 힘든 수준이다.

출판업계는 영화로 커진 관심을 책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스토리는 지난달 정약전의 오리지널 책 디자인을 반영한 《자산어보》를 내놨다. 문예출판사도 소설 《자산어보》의 표지 디자인을 이달 들어 바꿨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자산어보’는 개봉 약 한 달 동안 누적 관객 수가 32만5000명(26일 기준)을 넘어섰다. 이달 상영 주요 영화 중에선 ‘서복’과 ‘귀멸의 칼날’ ‘고질라 vs 콩’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영화가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는 평이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