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王', 재도전 기업에 370억 쏜다
이미 한 차례 사업에 실패한 뒤 겨우 몸을 추스를 무렵이었다. 2007년 서울 압구정 네거리 이면도로의 근린상가 1층이 새 출발의 디딤돌이었다. 어렵사리 재기를 모색하던 30대의 창업가는 “이 난관을 잘 극복해 나중에 성공한다면, 나처럼 실패를 겪은 뒤 재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짐이 실현되는 데에는 14년이 걸렸다. 안마의자·헬스케어 기업 바디프랜드의 창업자 강웅철 의장(사진)이 ‘재도전 기업’을 위해 370억원짜리 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배경이다.

실패 후 재기하는 기업에 초점

바디프랜드는 27일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재도전 성공기업과 함께하는 재도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첫 지원 기업으로 엠진바이오를 선정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엠진바이오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경험한 구의서 대표가 새 도약을 위해 차린 회사다. 강 의장은 “바디프랜드의 지원 프로그램 도입 취지에 맞는 곳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마의자王', 재도전 기업에 370억 쏜다
바디프랜드는 협약과 관련해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프로젝트’(자상한 기업 프로젝트)를 내놨다. 총 37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엔 바디프랜드의 기술, 인프라,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공유하는 내용이 담겼다. 바디프랜드는 특히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서려는 기업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바디프랜드의 설립 배경, 성장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 의장은 “자상한 기업 프로젝트는 기업인으로서 오랫동안 간직한 각오를 담은 것”이라며 “한때 부도를 맞아 위기를 겪었다가 바디프랜드를 통해 재기하며 느낀 점을 이번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녹였다”고 말했다.

“쓰라린 경험 딛고 글로벌 1위 도약”

서울시립대 전산통계학과 출신인 강 의장은 1997년 컴퓨터 DIY 업체인 디오시스컴퓨터 창업 후 2002년 삼보정보통신을 인수하면서 당시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가 2004년 사들인 현주컴퓨터에 발목이 잡혔다. 인수한 지 1년이 조금 지나 현주컴퓨터가 매출 감소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가 끝내 부도를 맞았다.

강 의장은 당시 금융회사의 자금 상환 압박에 수차례 한강 다리를 찾기도 했다. 그때마다 떠오른 건 가족의 얼굴이었다. 마침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둘째가 굳은 재기의 결심을 이끌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좇던 무렵 눈에 띈 것이 안마의자였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선물 받은 일본산 안마의자에서 코까지 골며 편하게 수면하는 것을 보면서다. 호기심이 생겨 직접 제품을 분해해보니 제작 원리가 간단했다. 컴퓨터 전공자로서 도전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압구정동에서 바디프랜드 창업에 나선 배경이다. 국내에선 생소하던 안마의자 전문기업이 출발한 순간이다.

일본 제품보다 진화한 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바디프랜드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바디프랜드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의 지분 참여 이후 해외 매출도 날개를 달았다. 바디프랜드는 2017년부터 4년째 글로벌 안마의자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강 의장의 지분은 현재 40% 정도다. VIG파트너스에 이은 2대 주주로 실질적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목표는 IPO(기업공개)다.

강 의장은 “바디프랜드 1호점을 운영하며 홀로 제조와 코딩, 영업, 판매, 배송까지 도맡던 시절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그동안 바디프랜드가 성공했듯 자상한 기업 프로젝트가 바디프랜드처럼 ‘제2막’을 꿈꾸는 회사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