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상장사가 1분기에 잇따라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S&P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25%가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 중 84%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 매출 추정치를 뛰어넘는 기업도 77%에 달했다.

CNBC는 “S&P500 기업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될 때까지 EPS 예상치를 넘어선 회사의 비율이 84% 이상 유지된다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기업 가운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곳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인텔, IBM, AT&T, 버라이즌 등이다. 이어 이번주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과 보잉, 포드 등이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앤드루 시츠는 “성장세가 계속 개선되고 있고 유동성도 여전히 풍부하다”며 “강세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깜짝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인 편이다. 미 증권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랄킨 매니징디렉터는 “탄탄한 실적보고서가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속에서 활황세를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실적 호조 행진 속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S&P500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언급한 횟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어났다.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날 물가 상승 우려로 P&G, 월마트, 코카콜라 등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BoA 미국증권전략책임자는 “이번 어닝시즌의 최대 화두가 인플레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원자재, 운송비, 인건비 상승 등이 물가가 오르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