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사회 열었지만…씨티은행 철수 전략 `안갯속`
한국씨티은행이 오늘(27일) 오후 소비자금융 출구 전략 방안 논의를 위한 이사회를 열고 철수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 4월 15일 미국 씨티그룹 실적 발표 자리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후 첫 논의 자리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출구전략과 관련하여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면서도, 늦지 않는 시일 안에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면서 "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사회 완전 비공개…노조 "결사 반대" 집회

이날 이사회는 완전 비공개로 진행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통상 이사회를 하면 이사회가 열리는 장소 등을 확인할 수 있으나, 관련 소식조차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이사회는 의장인 사내이사 유명순 행장과 기타비상임이사 1명(비샬 칸델왈 씨티그룹 아태지역 회계담당임원), 사외이사 4명(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민성기 전 한국신용정보원장,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민주 전 BNK금융지주 부사장) 등 6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측은 이사회에 앞서 한국씨티은행 본점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갖고, 전 직원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유지, 철수 결사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지부장은 "각 국가마다 현지화 되지 못한 획일적 경영전략과 영업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소비자금융 철수로 인한 고객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며, 자칫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23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통해 금융위원장에게도 요구서를 전달한 바 있다.

● 전체·분리 매각?…HSBC 사례 반복 가능성도

이사회 이후에도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서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먼저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의 각 부문을 분리, 별도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이 없는 은행에 통째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매각이 어려울 경우엔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방식이 있으나,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2012년 HSBC은행이 산업은행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려다 직원 고용 승계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끝내 2013년에 청산 절차를 밟은 사례가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대출 자산은 약 24조 7천억 원, 예수금은 27조 3천억 원이었다. 작년 말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3,500명이며, 이중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은 939명이다.

배성재기자 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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