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소재부문 자회사인 포스코케미칼이 지난달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16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은 만기 3개월 이내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뜻한다. 기업의 유동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포스코케미칼, 감사인 의견차로 현금자산 1733억 변동
포스코케미칼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 비중은 총자산의 5.8%.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도는 어떨까. 2019년 말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67억원. 1년새 1000억원 가량이 증가했다.

반면 직전년도인 2018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04억원에 달했다. 불과 3년새 포스코케미칼의 현금성자산 규모가 ‘V자 곡선’을 그린 것이다.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년만에 급감했다가 다시 1년만에 급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2019년 사업보고서를 들여다 봤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00억원 이었다. 2019년과 지난해 각각 제출한 사업보고서 간 차이는 1733억원.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이유를 알아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포스코케미칼을 검색했다. 첫 화면에 ‘전·당기 감사인의 의견불일치 알림문’이라는 공지를 볼 수 있었다. 전·당기 감사인의 의견불일치로 전기(2019년)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와 당기(2020년) 사업보고서상 비교표시된 재무제표의 불일치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2019년 포스코케미칼의 감사를 맡았던 한영회계법인은 포스코케미칼이 당시 가입한 투자일임계약자산을 모두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봤다. 이 금융상품의 만기는 만기 3개월로, 현금성자산 기준을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 의견은 달랐다. 자산별로 현금성자산과 기타금융자산으로 계정을 구분해서 회계처리해야 한다고 봤다.

기타금융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대여금 및 수취채권을 제외한 금융자산을 뜻한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이 여기에 해당된다. 포스코케미칼이 정정 공시한 재무제표 주석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기타금융자산 중 1733억원을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반영했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최초 인식(취득)시점에서 공정가치로 측정한 자산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전경. 한경DB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전경. 한경DB
전기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투자일임계약자산 전체를 만기 3개월 내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자산으로 간주한 반면 안진회계법인은 계약자산 중 1733억원은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봤다. 두 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협의회 조정을 거친 결과 해당 자산을 현금성자산이 아닌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하기로 합의했다.

이 결과 2019년과 지난해 사업보고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계정에서 1733억원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정정기재는 재무제표상의 계정 재분류”라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