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올해 1분기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9400만 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했다고 추정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에 달했던 작년 4월 석유 수요는 하루 7800만 배럴로 최근 20여년 중 가장 작았다. 2019년 8월만 해도 석유 수요는 하루 1억200만 배럴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1분기 석유 공급량 추정치는 하루 9250만배럴이다. 따라서 이 기간 세계 석유 시장은 하루 150만 배럴의 공급 부족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분기에 석유 재고가 부족했다는 것은 올해 석유 시장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수요 회복 속도는 지역과 국가, 석유 제품에 따라 제각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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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석유 수요는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반면 비OECD 국가의 석유 수요는 1년 전과 거의 같았다. 비OECD 국가의 수요 회복세가 두드러진 것은 비OECD 국가 중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영향이 컸다. UBS는 지난 1분기 중국의 석유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1% 혹은 하루 14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외 비OECD 국가들의 수요도 상당히 많이 회복됐다. 지난 1분기 인도의 석유 수요는 2019년 1분기 수준으로 거의 회복됐다. 러시아는 2019년 1분기 석유 수요를 웃돌았고, 브라질은 약간 밑돌았다. 중국 외 다른 신흥국들의 석유 수요가 상당히 많이 회복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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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해 1분기 석유 수요는 2019년 1분기보다 7% 감소했다. 동기간 아메리카 지역은 9% 줄었고, 유럽은 13% 감소했다. OECD 회원국 사이의 차이도 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이 기간 석유 수요가 늘어난 국가는 노르웨이가 유일하다. 가장 수요가 많이 줄어든 곳은 뉴질랜드(약 20%)였다. 국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 산업이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탓이다. 이달 들어 미국과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두 국가의 도로 통행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석유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중인 인도의 경우 이달 석유 수요가 크게 늘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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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제품의 종류마다 수요 회복 속도도 다르다. 올해 1분기 액화석유가스(LPG)와 에탄, 나프타 등을 합한 세계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 경유 수요도 2019년 1분기 수준으로 회복됐다.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물건을 실어나르는 화물 트럭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휘발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통행량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놀랍지 않게도 수요가 가장 크게 줄어든 석유 제품은 항공연료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율이 36%에 달했다. 항공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 내수 시장이 수혜를 입은 시장은 중국이 유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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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99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올 2분기 중에는 하루 1억배럴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사람들은 다시 집 밖으로 나갈 것이다. 상당수 기업은 올 2분기에 완전히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미국과 영국에서 이미 관측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경 폐쇄와 검역조치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활동 제한이 풀리면서 여행, 관광,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분야에서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가 회복되고 화물량이 증가하면서 트럭을 비롯한 화물 차량에 대한 석유 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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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석유시장은 하루 150만배럴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올 2분기에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72달러,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중동 등 산유국 지역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지면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정리=박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