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사진=뉴스1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사진=뉴스1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최서원(65·개명 전 최순실)씨가 두 번째 옥중 인터뷰에 응했다.

최 씨는 수감 후 옥중 회고록과 서신 등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일부 밝힌 적은 있지만 언론과 질의응답 형식의 인터뷰를 가진 것은 <한경닷컴>이 처음이다.

최 씨는 첫 번째 인터뷰(관련기사 : [단독] 최서원 "은닉재산? 찾으면 교도소 기부" 첫 옥중 인터뷰) 당시 답변을 거부했던 일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서면 질의에 최 씨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최 씨는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반성이나 수긍하는 대신 억울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최 씨는 최근 치료과정에서 추행을 당했다며 교도소 의료과장을 강제추행, 의료법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해 화제가 됐다. (관련기사 : [단독] "강제추행 당했다" 최서원, 교도소 의료과장 고소)

법무부가 '치료과정에 항상 여직원이 입회하고 치료부위 특성상 부득이 탈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최 씨는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 때문에 박원순 시장 건도 은폐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씨는 "고소 사실이 알려진 후 인권위에서 찾아왔었다. 어떤 식으로 강제 추행을 당했는지 육하 원칙에 맞게 설명하지 않으면 각하시킨다는 둥 강압적으로 조사를 했다"며 "윗옷을 다 벗기고 몸을 누르고 만지면서 '살이 두부살이네' 이런 말을 한 것도 정상적인 의료행위냐"고 따졌다.

최 씨는 "무릎 치료를 할 때도 바지를 벗으라 하고, 허리 치료를 할 때는 속옷을 내리라고 한다. 젊은 여성 수용자들의 경우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피임약을 먹으라고 강요한다. 그걸 복용하려면 반드시 질 초음파를 하라고 해 여성 수용자들이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청주여자교도소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서는 "얼마 전에 법무부 장관이 왔다는데 수용자들이 페인트 칠하고 청소하고 난리였다. 막상 방문해서는 방 1~2개만 스치듯 지나갔다고 한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당시 박범계 장관이 청주여자교도소를 방문한 것이 최 씨 인권침해 의혹을 점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는 것이다.

최 씨는 또 국세청이 본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수차례 중지했다가 반복하는 등 표적조사를 하고 있다며 국세청장에게 민원편지를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격리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격리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최 씨는 본인은 사면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속히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려면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전두환이나 김대중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사면을 했나? 그건 그들의 공과가 있고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자기들의 지지세력만 보고 가는 일방통행 정권이다. 결단을 내릴 수도 없는 겁쟁이 정권"이라고 했다.

이른바 정윤회 게이트가 터져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곁에 끝까지 남아 있다가 탄핵 사태로 이어진 것에 대해서는 "나도 떠나고 싶었고, 가족들도 떠나려고 했다"며 "옆에 있으면 다친다고 식구들이 적극적으로 말렸다"고 했다.

최 씨는 "그런데 무 자르듯 그렇게 안되는 게 사람 마음이었다. 정윤회 사건 이후 더 우울해지고 힘든 대통령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한번은 독일로 떠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그게 (곁에 있어 달라는)답이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 씨는 "그분도 제가 언젠가 곁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계셨다. 시간 문제였다. 그런데 그 시기를 놓쳤다"고 후회했다.

정윤회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 곁에 남아 있는 것이 두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만 도와드렸지 전혀 국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섭진 않았다"며 "다만 정윤회 씨와 우리 딸(정유라)이 걱정이 많이 됐다"고 했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우리나라 권력순위 1위는 최서원, 2위가 정윤회, 3위가 박근혜'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인사권이 있었나, 군 통치권이 있었나, 국가 예산을 건드렸나?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직접 만나보고 싶다"며 "(그런 주장은)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른바 정윤회-박근혜 밀회설에 대해서는 욕설까지 섞어가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 씨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양아치 같은 상상으로 밀회설을 얘기하느냐"며 "정윤회는 진심으로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해서 무보수로 일해온 사람이다. 내가 부인인데 밀회가 있었다면 몰랐을리 없다. 그걸 믿는 국민들도 원망스럽고, 그런 질문을 하는 기자도 문제"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최태민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염문설에 대해서도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은 다 염문설에 시달려야 하나? 그분(박 전 대통령)은 정말 삶을 시계같이 정확하게 살았던 분이다. 아버지와 염문설이 사실이었다면 제가 (아버지와 불륜관계인) 그분을 위해 전체 삶을 바치면서 곁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검찰에 출석한 최서원 씨. 사진=한경DB
2016년 검찰에 출석한 최서원 씨. 사진=한경DB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박 전 대통령께서 저를 만나지 않았다면 서로의 삶을 살았을 텐데 고령의 나이에도 영어의 몸이 되신데 대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제 이 생애에서 만날 수 없어도 하루속히 석방되어 아픈 몸이 완쾌되시길 바란다"고 했다.

최 씨는 또 "국민 여러분께는 제가 박 전 대통령 옆에 있었다는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과드린다"면서도 "비선실세라는 것은 정말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제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대통령 옆에서 떠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저로 인해 탄핵을 거치면서 나라가 흔들렸던 것, 그 외 모든 것에 사죄드린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