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반도체 비수기인 1분기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가 증가한 데다 수율 개선으로 수익성도 높아진 결과다. 올해 반도체 호황이 예상되는 만큼 시설과 파운드리 투자를 더 늘리기로 했다.

'반도체 호황' SK하이닉스, 시설 투자 앞당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4942억원, 영업이익 1조3244억원의 잠정 실적을 28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와 65.5% 뛰었다. 순이익은 9926억원(순이익률 12%)으로 전년보다 52.9% 늘었다.

수익성이 특히 개선됐다. 1분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7조9662억원)보다 7%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4분기(9659억원) 대비 37% 뛰었다. 주요 제품 수율이 빠르게 개선돼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은 모바일과 PC·그래픽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지난 분기 대비 출하량이 4% 증가했다”며 “낸드 출하량은 모바일에 들어가는 고용량 제품 판매 증가로 전 분기 대비 21% 늘었다”고 덧붙였다.

1분기 실적은 그해 반도체 업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상보다 업황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해 D램과 낸드 전망을 조금씩 상향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D램과 낸드 수요가 전년 대비 각각 20%와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인텔이 새로 출시한 11세대 중앙처리장치(CPU)에 맞춰 데이터센터 서버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서버용 메모리 수요와 가격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과 투자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D램은 12GB(기가바이트) 기반의 고용량 MCP(여러 종류의 칩을 묶어 단일 제품으로 만든 반도체) 공급을 확대한다. 또 D램 주력인 10나노급 3세대(1z)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극자외선(EUV)을 활용해 연내 4세대 제품 양산도 시작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128단 제품의 판매 비중을 70%까지 높이는 한편 연내 176단 제품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분의 일부를 올해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분기 말 이미 주요 장비 구매 주문을 위한 준비가 끝났고, 2분기 말께 추가로 의사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올해 주문한 장비가 설치되면 내년 초엔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투자는 당분간 8인치에 집중한다. 8인치 파운드리는 주로 자동차 반도체 등을 제조하는 공정이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하이닉스시스템IC가 충북 청주에서 운영하는 파운드리 사업장을 중국으로 이전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