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중섭 작가의 대표작 12점의 원화를 이 회장 유족들로부터 기증 받아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소장한다고 29일 밝혔다.
기증 작품은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 엽서화 3점, 은지화 2점이다.
제주로 오는 작품 가운데는 1951년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서귀포에 머물며 남겼던 작품 7점이 포함돼 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이 그것이다.
1916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이중섭 작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인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제주로 피난와 서귀포에서 1년 가까이 살았다. 이 때 그가 그린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을 그동안 이 회장이 소장해왔다.
이중섭 작가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1940년대 당시 연인이던 이남덕 여사에게 보낸 엽서화 3점과 서귀포와 관련이 있는 1950년대 제작 은지화 2점도 이번에 함께 전달됐다.
이번 기증으로 이중섭미술관이 소장한 이중섭 원화 작품은 총 59점이 되며, 이중섭 서지 자료 및 유품 37점까지 포함하면 소장 작품은 모두 96점이 된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기증 작품은 이중섭 화가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서귀포 시절, 가장 사랑했던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며 "전쟁과 피난의 시련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행복을 나눴던 이중섭의 작품이 코로나19 위기를 견뎌내고 있는 도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백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번 기증의 뜻을 이어받아 이중섭미술관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전시 공간을 넓히고 관람객 편의를 제공해 지역 문화 예술 진흥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 측은 "이번 이중섭 화가 작품 기증은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결정했다"며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환원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증 작품들은 이중섭 작가의 기일인 9월6일을 전후로 특별 전시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