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고만 있지 않겠다"…직접 '공매도' 나선 개미들 [공매도 포비아③]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매도 준비 중' 개인 투자자 1만3000명 넘어
개미들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충분히 가능"
당국 "미국·국내 증시 상황 달라, 불가능"
개미들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충분히 가능"
당국 "미국·국내 증시 상황 달라, 불가능"
오늘(3일)부터 1년2개월 만에 공매도가 재개된다. 이번 공매도 재개는 단순히 멈췄던 시스템이 시작되는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 기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공매도'를 개미(개인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개미들은 자신만만하다. 미국에서 개미들이 힘을 모아 공매도 세력을 쓰러트린 '게임스톱' 사태를 국내 증시에서도 재연할 수 있다고 봐서다. 금융투자업계도 개미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는 하지만, 금융당국은 '한국판 게임스톱'은 일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오늘부터 당장 공매도 거래에 나설 수 있는 개인 투자자 수가 45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과거 공매도 대주 제도 이용 경험이 있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사전교육 없이 바로 공매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무제한 공매도 거래 권한이 주어지는 전문 투자자들이 가세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규모가 대폭 증가할 여지도 있다. 단, 전문 투자자라도 과거 공매도 대주 제도 이용 경험이 없다면 사전교육 및 모의거래 절차를 이수해야 한다는 게 한국거래소 측 설명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데에는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 공매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개인 대주(주식 대여) 제도'를 개편한 영향이 컸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개인에게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공매도 금지 직전인 지난해 2월 6곳에서 올해 연말까지 28곳으로 증가하게 된다. 공매도용 주식의 규모도 종전 205억원에서 2조4000억원 수준으로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약 100배 차이다.
시장에서는 제도와 시스템이 보완되고 있어 향후 개미들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초기에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해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의 규모를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제도적 정비가 이전 대비 개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개미들과 일선에서 맞닿아있는 증권사에서는 관련 시스템 구축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대형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 공매도 거래와 관련한 새로운 전산시스템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래와 관련된 부분과 신용거래 설명서 개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에 나서는 개미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새 전산시스템 개발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게임스톱' 사태는 공매도 세력에 반발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표적이 된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공매도 세력들의 수익률에 타격을 준 사건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간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은 해당 사태로 총 135억달러(약 15조1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2월 공매도 잔량 1위 종목인 코스피 셀트리온과 코스닥 에이치엘비를 시작으로 게임스톱 사태와 같이 개인 주주들과 연대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이 언급한 종목들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일부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개인들은 공매도에 대한 불신, 공포가 있다. 이미 개인 투자자 천만시대에 들어선 상태에서 시중 유동성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개인투자자의 반발심이 거세지고 시중 유동자금 부동자금이 증시에 몰려올 경우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발발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개미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개별 종목에서 한국판 게임스톱 같은 상황처럼 극단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겠으나, 대주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히 큰 편"이라며 "때문에 공매도 물량과 개인투자자들의 충돌 가능성은 예전에 비해 높아졌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개미들의 발상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본다. 미국과 국내 증시 상황이 확연히 달라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미국과 달리 한국시장은 공매도 과열 시 해당 종목에 대해서 공매도 거래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인 과열지정제도, 일일 가격변동 제한폭(30%) 등 장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국내는 공매도 잔고 비중이 낮고 가격제한폭, 단기 과열종목 등 시장관리 수단이 있어 극단적으로 시장이 변동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대응해 불안요인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덧붙였다. (끝)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개미들은 자신만만하다. 미국에서 개미들이 힘을 모아 공매도 세력을 쓰러트린 '게임스톱' 사태를 국내 증시에서도 재연할 수 있다고 봐서다. 금융투자업계도 개미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는 하지만, 금융당국은 '한국판 게임스톱'은 일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개미 1만여명 발 담갔다…"비중 계속해서 늘어날 것"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인증시스템'을 통해 지난 20~30일 모의거래를 이수한 개인은 4511명이다. 모의거래 참가자 수는 6718명으로 이수율은 67%를 넘겼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교육원 공매도 관련 사전교육 이수자는 1만3000명을 돌파했다.쉽게 말해 오늘부터 당장 공매도 거래에 나설 수 있는 개인 투자자 수가 45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과거 공매도 대주 제도 이용 경험이 있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사전교육 없이 바로 공매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무제한 공매도 거래 권한이 주어지는 전문 투자자들이 가세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규모가 대폭 증가할 여지도 있다. 단, 전문 투자자라도 과거 공매도 대주 제도 이용 경험이 없다면 사전교육 및 모의거래 절차를 이수해야 한다는 게 한국거래소 측 설명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데에는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 공매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개인 대주(주식 대여) 제도'를 개편한 영향이 컸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개인에게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공매도 금지 직전인 지난해 2월 6곳에서 올해 연말까지 28곳으로 증가하게 된다. 공매도용 주식의 규모도 종전 205억원에서 2조4000억원 수준으로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약 100배 차이다.
시장에서는 제도와 시스템이 보완되고 있어 향후 개미들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초기에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해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의 규모를 이루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제도적 정비가 이전 대비 개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개미들과 일선에서 맞닿아있는 증권사에서는 관련 시스템 구축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대형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 공매도 거래와 관련한 새로운 전산시스템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래와 관련된 부분과 신용거래 설명서 개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에 나서는 개미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새 전산시스템 개발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개미 vs 금융당국, 갈등 폭발할까…'게임스톱' 두고 입장차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공매도 제도에 개미들이 직접 뛰어들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은 한껏 고무돼있다. 개미들은 올해 초 미국에서 일어난 '게임스톱' 사례를 예로 들면서 국내 개미들도 마음만 먹으면 공매도 세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한다.'게임스톱' 사태는 공매도 세력에 반발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표적이 된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공매도 세력들의 수익률에 타격을 준 사건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간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은 해당 사태로 총 135억달러(약 15조1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2월 공매도 잔량 1위 종목인 코스피 셀트리온과 코스닥 에이치엘비를 시작으로 게임스톱 사태와 같이 개인 주주들과 연대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이 언급한 종목들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일부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개인들은 공매도에 대한 불신, 공포가 있다. 이미 개인 투자자 천만시대에 들어선 상태에서 시중 유동성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개인투자자의 반발심이 거세지고 시중 유동자금 부동자금이 증시에 몰려올 경우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 발발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개미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개별 종목에서 한국판 게임스톱 같은 상황처럼 극단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겠으나, 대주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히 큰 편"이라며 "때문에 공매도 물량과 개인투자자들의 충돌 가능성은 예전에 비해 높아졌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개미들의 발상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본다. 미국과 국내 증시 상황이 확연히 달라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미국과 달리 한국시장은 공매도 과열 시 해당 종목에 대해서 공매도 거래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인 과열지정제도, 일일 가격변동 제한폭(30%) 등 장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국내는 공매도 잔고 비중이 낮고 가격제한폭, 단기 과열종목 등 시장관리 수단이 있어 극단적으로 시장이 변동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대응해 불안요인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덧붙였다. (끝)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