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웅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 대표(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쟁이 치열한 IT(정보통신) 시장에서 중소기업인 이 회사가 17년간 꾸준히 성장해올 수 있었던 비결로 ‘상황 변화에 따른 기민한 대처’를 꼽았다.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는 주로 응용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유수의 대기업 고객사에 공급하는 업체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외부 상황은 2세대 이동통신(2G) 피처폰 시절부터 5G 스마트폰 시대까지 급변했지만, 이 회사는 그때마다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과 솔루션을 지속 개발해냈다. 이렇게 만든 제품들로 안정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 이어나갔다는 설명이다.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는 2004년 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첫발을 뗐다. 설립 당시 10여 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17년 만에 120명으로 12배가량 늘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20억원을 돌파하며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채 대표는 “숙박앱 꿀스테이를 비롯한 계열사 운영 등으로도 사업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성과에는 90% 이상이 연구개발(R&D) 직군으로 구성된 임직원들이 기술력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채 대표 역시 창업 이전엔 위피(WIPI·한국형 무선 인터넷 표준 플랫폼) 개발을 맡은 R&D 전문가다. 채 대표는 “회사가 개발자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다들 ‘개발자스러운’ 직원들이 많다”며 “시장성 확보와 관련해선 오로지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다는 생각으로 기술 개발 엔지니어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매번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크게 흔들렸던 시기도 수차례 있었다. 한 때 PC SW 시장을 독식했던 어도비 플래시의 몰락이 대표적 사례▽다. 2007년 애플이 첫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모바일 운영체제(OS) iOS에서 어도비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이 결정타였다. PC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어도비 플래시는 이를 시작으로 스마트폰으로의 시대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입지가 크게 줄었다. 어도비와의 계약을 통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어도비 플래시 엔진 소스 코드를 활용해 관련 기술을 제공했던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는 직격탄을 맞았다.
두 번째 위기는 기존에 하던 일부 고객사들의 계약이 잇달아 종료되던 2016년, 2017년 즈음이었다. 채 대표는 “당시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아래로 떨어지며 위기감이 팽배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채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사업의 중심축을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5G 사업에 집중키로 하는 결단을 내렸다. 특히 AR, VR 기술을 활용한 인터넷TV(iPTV) 서비스 개발 고도화에 공을 들였다.
결과는 적중했다. 2010년께부터 파트너십을 이어왔던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이 공고해진 것. LG유플러스는 5G 서비스 시작과 함께 AR, VR 사업을 5대 핵심 사업 축으로 삼았던 상태였다. 채 대표는 “AR, VR 기술과 관련 시중에 오픈소스 기반 기술은 많이 나와 있었지만 정작 당시엔 기술이 ‘상용화’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AR, VR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LG유플러스와 함께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시키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는 LG유플러스와 함께 △U+AR(AR콘텐츠와 사진 동영상 움짤을 촬영해 개인 콘텐츠를 생산 할 수 있는 서비스) △AR글래스 △VR 5G(180 및 360영상을 고화질로 재생, 사용자가 보고 있는 영역은 고화질영상으로 재생하고 보이지 않는 영역은 저화질로 제공하여 원활한 스트리밍 제공) △생생체험학습 플랫폼 △U+아이들나라 등을 개발했다.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 5G 사업에서 매출액에서 LG유플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양사의 협력이 공고화된 2018년~2019년께 50~60%까지 올라왔다. 지난해엔 80%까지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는 한 빌딩에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된 사무실의 한 층 인력 대부분을 LG유플러스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채 대표는 “LG유플러스와 주요한 협력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며 조율하면서 활동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와 함께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게 '동반 성장'의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