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오해
최근 신문 헤드라인만 보면 알 수 없겠지만 미국에서 인종 문제에 대한 좋은 소식이 있다. 전문가와 선출직 관료들이 늘어놓는 비관론은 이념적 아젠다로 변질해 실제 인종차별보다 더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

2016년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모두 예상하지 못했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론들이 선호하는 이야기는 인종차별론자, 성차별주의자, 외국인 혐오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백악관에 입성시켜 미국 내 증오와 편협함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백인의 인종차별 시각 개선

우선 백인 민족주의자가 아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기존 매체들이 이 사실을 간간이 인정하긴 했다. 2017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이 대거 민주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옮겨간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백만 명의 백인 노동자 계층을 자기편으로 돌려놨고 유권자 파일 데이터를 보면 이런 결론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들이 이 같은 결론을 완전히 회피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의 원동력으로 미국의 인종문제를 드는 해명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은 정치학자 에릭 카우프만에 의해 맨해튼연구소의 설득력 있는 새로운 보고서에서도 등장했다.

‘체계적인 인종차별’이나 ‘의식 없는 편견’ 같은 용어들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지만 백인의 인종차별주의 시각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인종 간 결혼 트렌드 또한 미국의 인종적 편협성이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무력화시킨다. 카우프만에 따르면 흑인과 백인 간 결혼에 대한 찬성 비율은 1958년 약 4%에서 1995년 45%, 2013년 84%로 증가했다. 2017년 조사에서 백인 중 10% 미만이 인종 간 결혼이 ‘나쁜 일’이라고 답했다. 인종 간 결혼한 신혼부부의 실제 비중은 1967년 3%에서 2015년 17%로 높아졌다. 아시아인과 히스패닉, 유대인과 결혼하는 것도 수십 년간 급증했다. 하지만 진보적 지식인들은 우리들에게 반(反)인종차별주의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싶어 한다.

인종 간 결혼도 증가

경찰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경찰과 흑인 용의자 사이의 치명적인 만남은 항상 불행하고 때로는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이런 일들은 매우 드물다. 이런 사건이 인종적 혐오에 의해 유발된다는 걸 뒷받침하는 증거도 없이 무턱대고 결론 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카우프만이 지적하듯 경찰의 흑인 살해는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60~80% 감소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경찰은 2019년에 백인 424명, 흑인 252명 등 총 999명을 사살했다. 이 가운데 흑인 피해자 12명, 백인 피해자 26명이 각각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인종 논란을 다루는 데 필요한 맥락을 무시하고 미국의 인종 문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진실을 경시하려는 미디어의 의도는 단순히 잘못된 게 아니라 위험하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정리=정인설 기자

이 글은 제이슨 라일리 WSJ 칼럼니스트가 쓴 ‘Race Relations in America Are Better Than Ever’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