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이 미국 내 근로자 50만 명 이상의 시간당 임금(시급)을 인상하기로 했다. 아마존 노동조합 설립 시도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노조 설립 찬반 투표 결과를 확정하는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청문회를 앞두고 임금을 올려 민심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마존은 미 근로자의 시급을 0.5~3달러씩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아마존이 미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95만 명 중 절반이 넘는 50만 명 이상에 적용된다. 5~6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이번 임금 인상 결정에 따라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쓰게 됐다.

외신은 아마존 노동조합 설립 시도가 이번 시급 인상의 계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앨라배마주의 아마존 배서머 물류창고 직원들이 노조 설립 여부를 놓고 진행한 투표에서 지난 9일 70.9%의 반대표가 나왔다. 그 결과 노조 설립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설립 이후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 원칙에는 충격을 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노조 설립 시도를 지지하는 등 외부의 관심도 높았다. 아마존 측은 “근로자 고용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LRB는 다음달 초 아마존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다루는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7일 연방정부 계약직 근로자의 최저 시급을 기존 10.9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지금도 평균 시급(초봉 기준)이 15달러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지난해 올린 순이익 때문에 임금 인상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작년 순이익은 213억달러로 전년보다 84% 늘었다.

이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