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 1분기에 6.4% 성장하는 등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백신 보급과 부양책 효과로 소비가 살아난 덕분이다. 미 중앙은행(Fed)도 경제 활동 및 고용 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재개 확대…2분기 더 상승”

美 1분기 성장률 6.4%…억눌렸던 소비, 백신 맞고 폭발했다
미 상무부는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6.4%(연율 기준 속보치)를 기록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합한 전문가 예상치(6.5%)에 거의 부합하는 결과다. 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한 뒤 환산한 수치다.

미 경제는 작년 -3.5% 역성장해 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1946년(-11.6%) 이후 7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에 이미 4.3% 성장하는 데 성공해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 1분기에 기록한 6.4% 성장률은 미국의 잠재 성장률(1.5~2.0%)보다 훨씬 큰 폭이다. 기저 효과 덕을 봤던 작년 3분기(33.4%)를 제외하면 2003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작년 4분기에 2.3% 늘었던 소비가 올 1분기엔 10.7% 급증했던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상품 소비는 23.6% 급증했고 서비스 소비는 4.6% 늘었다.

2분기 전망 역시 밝다. CNBC와 무디스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분기엔 9.3%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날씨가 풀리면서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다 지난달 통과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미국 내 백신 접종률은 이날 기준 이미 43%에 달했다. 이 덕분에 캘리포니아주는 올 6월 15일부터 정상화에 돌입하고, 뉴욕은 7월부터 경제 활동을 100%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텍사스는 지난달부터 모든 봉쇄를 해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던 해리스 글로벌 경제연구소장은 “팬데믹 기간 중 은행에 쌓였던 저축이 경제 재개와 함께 폭발적인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이 주시하는 고용 상황은 이달부터 급속히 개선돼 왔다. 미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지난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5만3000건으로, 전주의 56만6000건(수정치 기준) 대비 1만3000건 줄었다. 작년 3월 팬데믹 선언 이후의 최저치 기록을 3주 연속 경신했다.

○파월 “회복 빨라도 긴축 시기상조”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아직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검토할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그는 “(긴축 정책 전환을 위한) 상황 진전이 이뤄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실직자들이 가급적 빨리 일자리를 찾기 바라지만 쉽지 않은 목표”라고 했다. Fed가 테이퍼링에 착수하기 위해 내세운 조건은 최대 고용(실업률 4.0% 이하) 및 2.0%를 완만하게 넘는 물가 상승률이다.

파월 의장은 “(4~5월에) 물가 오름세가 갑자기 커질 수 있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70% 정도는 팬데믹 충격에 따른 기저 효과 때문이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연내 2.0% 이상의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식·부동산 등) 일부 자산에 거품이 끼어 있다”며 “통화 정책과 무관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백신 접종 및 경제 재개와의 상관성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FOMC는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했다. FOMC는 “공중보건 위기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고,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도 여전하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성명에서 팬데믹에 따른 경제 위험을 ‘상당한 수준’이라고 적시했는데 이번엔 그 표현을 뺐다. 경제가 정상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