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9일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29일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진을 스마트폰과 가전부문이 메우면서 당초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예년 대비 한 달 앞서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 호조를 나타내 실적을 견인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고가 가전 수요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모바일·가전 '호조' · 반도체 '부진'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3% 증가한 9조3829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65조3885억원으로 18.19% 늘었다. 매출액의 경우 분기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스마트폰과 가전부문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은 이 기간 매출액 29조2100억원, 영업이익 4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S21 시리즈 등 전략 스마트폰 판매가 전작 대비 늘었고, 보급형 기기인 갤럭시A 시리즈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태블릿·PC·웨어러블 등의 제품군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네트워크 사업은 북미와 일본시장 등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은 1분기 매출 12조9900억원, 영업이익 1조1200억원을 나타냈다. 이 기간 QLED·초대형·라이프스타일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특히 1분기 신제품인 '네오QLED'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TV 수익성이 증가했다. 생활가전은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가 북미뿐만 아니라 서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다.

전통적인 '효자' 사업인 반도체 부문(DS)은 1분기 매출 19조1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모바일과 노트북PC 수요 강세로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으나, 첨단공정 전환에 따른 신규 라인 초기비용 지출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D램은 모바일에서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5G 스마트폰 판매가 확대되면서 비수기임에도 견조한 수요를 나타냈다. PC는 부품 공급 부족 영향이 일부 있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PC 수요 강세가 지속된 영향을 받았다. 서버는 신규 CPU 채용 확대에 따라 D램 탑재량이 늘었고, 데이터센터용 수요도 견조해 전분기 대비 수요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낸드는 모바일에서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견조한 수요를 나타냈다. 서버 SSD에서는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가 재개됐고, 소비자용 SSD도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을 위한 노트북용 수요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128단 6세대 V낸드 전환을 본격화한 가운데 모바일과 SSD 수요 호조에 적극 대응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파운드리는 1분기 미국 오스틴 공장 생산 중단의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반면 3나노 2세대 공정 개발 착수와 5G 시장 확대를 위해 14나노·8나노·무선통신(RF)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 2분기에는 미 오스틴 공장이 완전 정상화 되는 한편 평택 2라인 양산을 시작해 올 하반기 공급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이 기간 매출 6조9200억원, 영업이익 36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비수기에다가 주요 고객사의 부품 수급 차질까지 겹쳐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으나 보급형 스마트폰까지 OLED 탑재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로는 늘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에 9조700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사업별로는 반도체 8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7000억원 규모다. 메모리의 경우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평택과 중국 시안 첨단공정 증설에 투자가 집중됐다. 파운드리는 극자외선(EUV) 5나노 첨단공정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

보통주와 우선주에 각각 361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도 밝혔다. 배당기준일은 지난달 31일, 배당금지급 예정일은 내달 18일이다. 배당금 총액은 2조4521억원이다.

2분기 반도체 '맑음' 전망

2분기 반도체 업황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분기 메모리 제품 전반에 걸쳐 수요가 강세를 나타내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D램은 모바일에서 일부 부품 수급 문제에 따른 생산 차질 리스크가 있을 수 있으나 5G 시장 확대와 고용량화 덕에 수요가 견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파운드리는 미 오스틴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나, 시스템LSI는 전분기 파운드리 생산 차질 영향이 일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은 플래그십 모델 판매 감소와 부품 수급 이슈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가전은 TV의 경우 네오QLED 등 신제품 판매 본격화와 스포츠 이벤트 수요 선점에 주력하고 '비스포크' 글로벌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