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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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신흥국 통화를 비롯한 위험자산 선호도가 강화됐다. 원화 강세 흐름에 따라 환율은 1110원 선을 밑돌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좋아지고 있는 만큼 원화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Fed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율이 재차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13분 현재 전날보다 5원30전 내린(원화 가치는 상승) 달러당 1107원70전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4원 내린 달러당 1109원에 거래를 시작한 직후 낙폭이 커지고 있다.

Fed는 2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매달 1200억달러어치의 자산(국채 800억달러 MBS 400억달러)을 사들이는 양적완화도 이어가기로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아직 테이퍼링을 논할 때가 아니다"며 "완전고용 등에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캐나다중앙은행(BOC) 등이 테이퍼링을 시사한 만큼 Fed의 입장도 선회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와는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를 강조한 것이다.

Fed 결과에 따라 앞으로 환율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1100원 선도 깨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한국의 실물경제 회복속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추정치인 0.8~1%를 크게 웃도는 1.6%를 기록하는 등 ‘깜짝 성장’을 보인 데다 여러 체감심리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체 산업 BSI는 88로 3월(83)보다 5포인트 올랐다. 이달 BSI는 2011년 6월(88) 이후 가장 높았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2로 전달보다 1.7포인트 오르며 기준선인 100을 두달 연속 넘어섰다. JP모간(4.6%), LG경제연구원(4.0%) 등 국내외 기관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4%대로 상향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환율 흐름이 오름세로 전환할 여지도 있다. Fed 테이퍼링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Fed는 이번 정책결정문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한 공공보건위기의 영향을 “상당한(considerable) 위험”에서 “위험”으로 변경했다. 실물경제를 억누른 코로나19 위험이 줄었다는 Fed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모간스탠리 관계자는 "Fed는 앞으로 3개월 동안의 고용지표를 확인한 다음 7월에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결정 후 내년 1월부터 개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UBS 관계자도 "Fed가 오는 7월 회의나 8월 잭슨홀 미팅에서 '경제가 상당한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을 보이기 위한 궤도에 올랐다'는 표현을 언급할 것"이라며 "오는 9월 회의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익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