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격인 '동일인'에는 쿠팡 법인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2021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매해 5월1일 공시 대상 기업집단과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지정해 발표한다.
공정위는 단일 대기업집단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 공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하며, 사익편취와 일감 몰아주기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쿠팡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3조1000억에서 올해 5조8000억원 규모로 크게 증가했다.
이번 대기업 집단 지정의 관건은 미국인인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지 여부였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그룹 총수를 뜻하며,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김 의장은 쿠팡 지분 10.2%를 보유했으나 주당 29배 의결권을 가져 실질적 의결권 76.7%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쿠팡 및 계열사 거래만 공시하면 된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더라면 김 의장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과 배우자가 공시 의무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는 미국인인 김 의장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나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하다고 판단하고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사 범위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인 AOC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과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최대 주주인 한국GM 역시 각 법인이 총수로 지정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하기에는 실효성 등에서 문제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