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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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자사 그래픽카드 'RTX 3060'의 이더리움 채굴 성능을 다시 제한하기로 했다. 대신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CMP'(암호화폐 채굴 프로세서)라는 제품을 새롭게 출시한다.

최근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싹쓸이하면서 게임 등을 위한 일반 사용자들이 그래픽카드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2월 RTX 3060의 이더리움 채굴 성능을 50%로 제한하는 업데이트를 했다. 하지만 이후 엔비디아의 실수로 3월 업데이트에서는 이 같은 제한 조치가 풀려버렸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다음달 새로운 업데이트를 통해 다시 암호화폐 채굴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맷 웨블링 엔비디아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게이머들을 위해 지포스 GPU를 디자인했고, 게이머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썼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가 원래 목적대로 게임 등 일반 사용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다음달 새로운 그래픽칩셋 지포스 RTX 3080 Ti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칩셋 역시 암호화폐 채굴에 동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드웨어와 펌웨어 등에 암호화폐 채굴 제한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런 제한을 피하기 위해 펌웨어를 변조하면 그래픽카드가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대신 암호화폐 채굴 전용 칩셋 CMP를 곧 선보이기로 했다. CMP는 외부 모니터 출력 기능이 없고, 암호화폐 관련 연산만 수행한다. 냉각 성능과 전력 효율성 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엔비디아 측은 CMP 제품군 생산으로 다른 그래픽카드 수급을 원활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그래픽카드 시장에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화화폐 채굴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품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고성능 컴퓨터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발빠르게 답을 제출한 채굴자에게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마치 광산에서 자원을 캐는 것에 비유해 '채굴'이라고 표현한다.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채굴 장비로 각광받으면서 제품 가격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안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