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하는 미국, 다급한 중국, 손 놓고 "적응하라"는 한국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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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3세 의무교육' 추진 미국
'최대 강점' 인구 감소에 떠는 중국
국민에게 "저출산 적응하라"는 한국
'최대 강점' 인구 감소에 떠는 중국
국민에게 "저출산 적응하라"는 한국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계량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아기 1달러의 교육 투자는 25세 때 17달러어치 투자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헤크먼 교수의 이론을 가장 먼저 정책으로 도입한 곳은 북유럽 국가들이다. 2000년 전후 이들 국가는 만 5세부터였던 의무교육 나이를 3세부터로 내렸다. 그 효과는 다소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이 줄어들자 출생률이 반등했다.
세계은행 기준 1999년 1.5명까지 떨어졌던 스웨덴의 합계출생률은 10년 뒤인 2009년 1.94명까지 올라갔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어냈다. 재정에 다소 여유가 있었던 영국과 독일 등은 의무교육 확대 정책을 재빨리 따라갔고, 남유럽 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2019년 기준 출생률은 영국이 1.65, 이탈리아가 1.27로 상당히 차이가 난다.
중국의 인구가 지난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 하면서도 인구 감소 시점을 2022년으로 예측했다. 기존 중국 정부의 예상인 2027년보다 5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인구 감소에 직면했고, 그 이유가 출생률 저하에 있다는 점이다.
작년엔 한국에서도 출생률 하락에 따른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높은 도시 집 값, 교육비 부담 등 중국과 한국의 출생률이 떨어진 원인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중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의 1년 소득 대비 집 값 비율(PIR)이 28.4배로 세계 대도시 중에서도 높은 편인데, 베이징은 무려 41.9에 달한다.
유아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도 공립유치원제도가 있지만 시설 수가 부족할 뿐더러 예산 등의 문제로 교육보다는 보육에 치우쳐 있다. 교육열이 높은 이들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사립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욕심은 있는데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선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풍조가 계속 확산하고 있다.
출생률 저하는 이미 시작된 고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중국은 내년에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기존 고령사회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은 2019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를 겨우 넘어선 중진국이다. “중국은 부자국가가 되기 전에 노인나라가 될 것”이라는 15년 전 골드만삭스의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인구 보고서는 중국의 다급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값싼 노동력과 엄청난 인구에 의존해 미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향후 30년간은 무엇에 의존할 수 있을까”가 이 보고서가 던진 화두다. 인민은행은 경제 활력과 직결되는 노동가능인구 비율에서 2045년께 미국에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경제규모 세계 1위에 오른다 한들 얼마나 지속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 보란 듯’ 과감한 출생률 제고 정책을 내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8일 제시한 1조8000억달러(약 2000조원) 규모 ‘미국 가족계획’의 핵심은 3~4세 유치원 무상교육이다. 미국도 의무교육 연령을 5세부터에서 3세부터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6세 이하 자녀 1명당 연간 3000달러의 세액공제, 유급 육아휴직 확대 등도 담았다.
미국의 출생률은 1.71이다. 이민까지 더한 미국의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미국이 선제적으로 출생률 제고에 나선 것이다. 이 정책이 중국을 타깃으로 하진 않았겠지만,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 확대에 상당히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출생률 세계 꼴찌인 한국에는 어떤 가족계획이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배정한 예산은 총 164조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인구는 줄기 시작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앞으로 적응해야 할 한국의 모습”이라고 한다. 집 값 폭등처럼 출생률 떨어뜨리는 정책을 쏟아내고선 적응하라고 하는 걸 보면 저출산 문제는 버려진 게 틀림없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헤크먼 교수의 이론을 가장 먼저 정책으로 도입한 곳은 북유럽 국가들이다. 2000년 전후 이들 국가는 만 5세부터였던 의무교육 나이를 3세부터로 내렸다. 그 효과는 다소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이 줄어들자 출생률이 반등했다.
세계은행 기준 1999년 1.5명까지 떨어졌던 스웨덴의 합계출생률은 10년 뒤인 2009년 1.94명까지 올라갔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결과를 얻어냈다. 재정에 다소 여유가 있었던 영국과 독일 등은 의무교육 확대 정책을 재빨리 따라갔고, 남유럽 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2019년 기준 출생률은 영국이 1.65, 이탈리아가 1.27로 상당히 차이가 난다.
중국의 인구가 지난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 하면서도 인구 감소 시점을 2022년으로 예측했다. 기존 중국 정부의 예상인 2027년보다 5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인구 감소에 직면했고, 그 이유가 출생률 저하에 있다는 점이다.
작년엔 한국에서도 출생률 하락에 따른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높은 도시 집 값, 교육비 부담 등 중국과 한국의 출생률이 떨어진 원인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중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의 1년 소득 대비 집 값 비율(PIR)이 28.4배로 세계 대도시 중에서도 높은 편인데, 베이징은 무려 41.9에 달한다.
유아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도 공립유치원제도가 있지만 시설 수가 부족할 뿐더러 예산 등의 문제로 교육보다는 보육에 치우쳐 있다. 교육열이 높은 이들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사립 영어유치원에 보낸다. 욕심은 있는데 형편이 안 되는 가정에선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풍조가 계속 확산하고 있다.
출생률 저하는 이미 시작된 고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중국은 내년에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기존 고령사회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은 2019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를 겨우 넘어선 중진국이다. “중국은 부자국가가 되기 전에 노인나라가 될 것”이라는 15년 전 골드만삭스의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인구 보고서는 중국의 다급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값싼 노동력과 엄청난 인구에 의존해 미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향후 30년간은 무엇에 의존할 수 있을까”가 이 보고서가 던진 화두다. 인민은행은 경제 활력과 직결되는 노동가능인구 비율에서 2045년께 미국에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경제규모 세계 1위에 오른다 한들 얼마나 지속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 보란 듯’ 과감한 출생률 제고 정책을 내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8일 제시한 1조8000억달러(약 2000조원) 규모 ‘미국 가족계획’의 핵심은 3~4세 유치원 무상교육이다. 미국도 의무교육 연령을 5세부터에서 3세부터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6세 이하 자녀 1명당 연간 3000달러의 세액공제, 유급 육아휴직 확대 등도 담았다.
미국의 출생률은 1.71이다. 이민까지 더한 미국의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미국이 선제적으로 출생률 제고에 나선 것이다. 이 정책이 중국을 타깃으로 하진 않았겠지만,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 확대에 상당히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출생률 세계 꼴찌인 한국에는 어떤 가족계획이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배정한 예산은 총 164조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인구는 줄기 시작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앞으로 적응해야 할 한국의 모습”이라고 한다. 집 값 폭등처럼 출생률 떨어뜨리는 정책을 쏟아내고선 적응하라고 하는 걸 보면 저출산 문제는 버려진 게 틀림없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