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승훈 삼정KPMG 자동차산업 리더
위승훈 삼정KPMG 자동차산업 리더
2020년은 자동차 업계에 어떻게 기억될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무려 14% 가량 급감한 끔찍한 한 해로 기억될까. 아니면 미래 자동차 산업 혁신을 가속화시킨 분기점으로 기억될까.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이 고조됐으나,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는 미래 자동차 3대 혁명인 친환경차, 자율주행, 모빌리티서비스를 가속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환경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강화되고 전 세계적인 경제재건 정책으로 그린뉴딜이 채택되면서 친환경차의 수요가 더욱 촉발됐다. 202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324만 대로 추정된다. 이는 2019년의 226만 대 대비 43%나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다. 테슬라는 나스닥에 상장된지 불과 10년만인 작년 7월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위기감을 느낀 기존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모두 합하면 38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세계에서 운행되는 전기차가 약 1억25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도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수소경제 로드맵과 수소전략을 속속 발표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수소차 보급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한국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경쟁력에서 선두주자로 꼽힌다. 현대자동차의 2020년 글로벌 수소차 판매 시장점유율은 69%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으며, 높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경쟁 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고 있다. 앞으로 수소차는 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고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전 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시 확산되고 있다. 테스트베드에 있던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상용기술로 적용되고 있다. 동시에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폭발하면서 자율주행 상용화 시계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제반 규정, 인프라 등의 제한으로 인해 양산 측면에서는 진행이 다소 더딘 반면, 순수 자율주행의 기술적 완성도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술 진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기술조사 업체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구글의 웨이모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자율주행 기술력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기술력 순위 상위 5개 기업 중 3개 기업이 IT 기업으로 나타날 만큼 IT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경 CFO Insight]삼정KPMG-코로나19로 가속 페달 밟는 미래 자동차 혁명
자동차 기업들도 자율주행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GM은 자율주행 기술기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포드는 폭스바겐과 함께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아르고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현대차그룹도 앱티브와 합작해 자율주행기술 전문기업인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면서 각 기업들이 발표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계는 현재 2022년에 맞춰져 있다. 법·제도의 정비와 소비자의 인식개선 등이 필요하기에 자율주행 대중화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자율주행 시대는 이미 눈 앞에 성큼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모빌리티 서비스의 범위도 과거 승차공유와 차량호출 중심에서 한층 더 확장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 배달, 생필품 구매 대행, 택배 등 모빌리티 기반 플랫폼 서비스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사람의 이동' 자체가 주 목적이었지만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모빌리티를 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4월 기준 우버의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우버의 기업가치가 유지되고, 우버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여전히 각광받는 이유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로의 확장성을 갖기 때문이다. 우버는 생필품 구매를 대행해주는 ‘우버코너스토어’, 음식을 배달해 주는 ‘우버이츠’,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러시’ 등 모빌리티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차량호출 사업의 매출은 급감했지만, 우버이츠 등 배달 사업은 오히려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급기야 2020년 2분기 우버의 배달 사업은 차량호출 사업의 매출을 뛰어 넘었다. 우버뿐만 아니라 고젝(Gojek)과 디디추싱(Didi Chuxing), 그랩(Grab) 등 선도적인 모빌리티 기업들은 모두 승차공유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결제 서비스 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 물류 배달, 공과금 납부와 같이 생활 전반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 모빌리티서비스 등의 미래 자동차 혁명은 이 가운데 단 한 가지 변화만으로도 기존 질서의 붕괴를 가져올 만큼 파괴력이 있다. 현재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혼란기는 오히려 기존의 견고한 체계를 무너뜨리고 시장의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종합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들 빠르게 대응해 다가오는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승자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