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점차 경기 승률 0.200…지난해 0.382에서 더 악화
올해도 1점에 우는 롯데, 되풀이되는 허문회호의 시행착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1점 차 승부에서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1점 차 승부에서 13승 21패에 그치며 리그에서 가장 낮은 승률 0.382를 기록했다.

끝내기 패배만 14번을 당했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내년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나도 이기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롯데는 올해 1점 차 승부에서 승률이 0.200(1승 4패)으로 두산(0.143·1승 6패)에 이어 아래에서 두 번째다.

1점 차 경기 승률만 따지면 오히려 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악화했다.

허 감독은 지난해 "1점 차 승부는 운에 맡겨야 한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 경기 내용을 보면 롯데의 1점 차 패배는 운이 아니라 벤치 역량에서 좌우된 경우가 적잖았다.

롯데의 2-3 역전패로 마무리된 지난 29일 잠실 LG 트윈스전도 그랬다.

롯데는 KBO리그에 입성하자마자 리그 최고의 투수로 떠오른 LG 좌완 앤드루 수아레즈를 제법 잘 공략했다.

롯데는 수아레즈를 상대로 안타 7개와 볼넷 3개를 얻어냈다.

하지만 득점은 2점에 불과했다.

그중 1점은 상대 실책으로 챙긴 점수였다.

5회초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뽑아내고도 득점에 실패한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무사 1, 2루에서 안치홍이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으나 헛스윙하자 미리 스타트를 끊었던 2루 주자 강태율은 오도 가도 못한 채 허무하게 태그아웃됐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8회말 2사 1, 2루에서 마무리 김원중을 조기 투입한 선택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준용이 앞선 타자 오지환을 삼진으로 처리한 상황이었고, 투구 수도 14개에 불과했기에 성급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김원중은 LG 김현수에게 초구에 좌중간 싹쓸이 2루타를 얻어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사실 투수 교체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대목이다.

허 감독의 판단 실수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전에 시즌 전체를 봐야 한다.

프로 2년 차인 최준용이 29일 경기에서 구위가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인 이유를 살펴야 한다.

최준용은 올 시즌 11경기에 구원 등판했는데 멀티 이닝을 던진 횟수가 벌써 4차례다.

기존 '필승조'인 구승민, 박진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최준용의 비중을 늘려 틈새를 메운 것이다.

구승민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13.50, 박진형은 9.82다.

길게는 2017년, 짧게는 2018년부터 혹사에 시달린 후유증이 올 시즌 둘에게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구승민, 박진형을 올려서 그르치는 경기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둘을 2군으로 보내 재조정할 시간을 주고 2군에서 구위가 올라온 투수들로 대체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2군에서 쓸 투수가 없다며 둘을 2군으로 내려보낼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정 믿음이 가지않는다면 2군에서 보고가 좋은 투수들을 1군에 올려 패전 처리조 등 편한 상황에서 활용하며 구위를 체크해도 될 텐데 아예 여지를 두지 않는다.

지난해 '쓰는 선수만 쓴다'는 비판을 받았던 허 감독은 올해 달라지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롯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도 마찬가지다.

좌완 불펜투수를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은 개막 전부터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지만, 좌완 김유영은 단 1경기만 던지고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가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뽑은 좌완 유망주 박재민은 2군에서 7경기 평균자책점 제로(0)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쓰지 않는다.

'특급 루키' 좌완 김진욱은 팀에 선발 투수가 넘치지만 좌완 불펜 기근에 시달리는 팀 사정에도 계속해서 1군에서 선발 수업을 쌓고 있다.

팀에서 가장 발이 느린 이대호는 경기 막판, 마지막 타석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대주자로 교체되지 않는다.

2군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보인 끝에 1군 엔트리에 간신히 승선한 타자들은 내내 벤치에 묵혀두다가 갑자기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하니 잘 칠 리가 없다.

올 시즌 OPS(출루율+장타율)가 0.645에 불과할 정도로 최악의 부진에 빠진 손아섭은 현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2번 타자로 변함없이 기용되고 있다.

선수 기용과 활용에 관한 난맥상은 이것 말고도 부지기수다.

허 감독은 지난해의 시행착오에서 무엇을 배운 걸까.

안타까운 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