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 안마의자 ‘고정관념 깨는’ 마케팅
매주 화요일 아침 바디프랜드 본사에선 임원과 팀장 ‘모임’이 열린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를 비롯해 영업 및 마케팅 임원들과 팀장들이 참석한다.

공식 업무 시간 전에 캐주얼한 분위기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회의’라기 보다는 친목 모임에 가깝다. 참석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토론을 통해 그것을 발전시켜 키워드로 정리한다.

안마의자 종주국 일본의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이 이 모임에서 시작됐다. 기술, 디자인, 품질, 서비스, 고객만족 등 다섯 가지 측면에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간다는 ‘오감 초격차’ 전략도 화요일 아침 모임에서 수립됐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바디프랜드 창립 당시(2007년) 2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000억원으로 커졌다. 바디프랜드 매출도 창립 첫 해 27억원에서 지난해 5556억원까지 불어났다.

상황 1 검정색의 투박한 일본 제품이 시장 장악
도전 1 ‘예쁜 안마의자’ 디자인에 역량 집중

2007년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파나소닉, 이나다패밀리, 후지의료기 등 일본 기업들의 각축장이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일본에선 중장년층 건강관리용으로 안마의자가 각광받았고 자연스럽게 인접국인 한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안마의자는 검정색 위주로 투박한 제품들이었다. 기능도 ‘마사지 기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바디프랜드는 일본 제품을 넘어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하루 종일 거실이나 안방에 놓여져 있지만 인테리어 측면에선 ‘빵점’에 가까운 상황을 바꾸기로 한 것.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시 보유한 현금 대부분을 디자인 역량 제고에 투자했다. 디자인연구소를 만들고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그런 노력으로 시커멓고 투박한 가구 형태가 아닌 슈퍼 카나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와 같은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정재훈 바디프랜드 마케팅전략실장은 “디자인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세계시장 점유율 상승과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의 잇단 수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바디프랜드는 세계시장 점유율 7.5%를 기록, 일본 브랜드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상황 2 ‘누가 안마·마사지 더 잘하나’ 경쟁
도전 2 비대면 의료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

‘아프기 전에 라이프스타일을 잘 관리해 건강수명을 10년 연장시킨다’

바디프랜드가 안마의자를 통해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내건 미션이다. 이를 위해 기술연구소와 메디컬R&D센터를 세웠다. 디자인연구소까지 포함해 3개 융합연구조직에 지난해 173억원 등 최근 5년간 66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유일의 메디컬R&D센터에선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등 분야별 전문의를 포함한 수십명의 연구 인력이 마사지 프로그램과 건강 증진 효과를 임상시험으로 검증하고 새로운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브레인 마사지 및 멘탈 마사지는 이미 제품에 적용시켰고 올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선 심상 마사지, 명상 마사지 등 새로운 헬스케어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바디프랜드는 ‘누가 안마·마사지 더 잘하나’라는 기존 안마의자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안마의자를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과 ‘비대면 의료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목표다.

안마의자에 앉으면 보통 20~30분씩 몸을 맡기게 된다. 그래서 맥박, 혈압, 심전도 등 각종 생체 정보를 모니터링하기에 적합하다. 바디프랜드는 각종 센서와 사물인터넷(IoT)으로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완성해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정재훈 실장은 “생체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기술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진단 및 치료로 이어지면 원격의료 문제가 되는 만큼 일단 생체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그것에 맞는 적정한 콘텐츠와 마사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원격의료 문제의 사회적 논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고정관념 깨는’ 마케팅


상황 3 ‘안마의자=고령층 실버 제품(?)’
도전 3 누구나 선망하는 ‘명품’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의 명품화’, ‘품격있는 럭셔리 헬스케어’ 브랜드를 지향한다. 안마의자는 고령층을 위한 실버 제품이란 인식을 깨뜨리고 누구나 선망하는 럭셔리 제품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전국 121개 전시장에 럭셔리 전략을 적용했다. 조명, 조형물, 예술 작품 등을 활용해 고급스러우면서 안락한 느낌의 VMD(비주얼 머천다이징)를 구현했다.

정재훈 실장은 “모든 제품에 업계에서 가장 긴 5년 무상 AS를 제공하는 ‘5년 책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품격있는 럭셔리 고객 서비스”라며 ”품질 자신감이 없으면 비용 부담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의 예술 참여를 유도하는 점도 돋보인다. 정 실장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인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의 그렇지 않은 사람 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31% 낮다”며 “고객의 가치있는 아트라이프 실현을 위해 아트랩을 만들어 고미술품 특별전, 백남준 전 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바디프랜드 마케팅의 성공 요인은 ‘디자인, 메디컬, 럭셔리’로 요약된다.

정재훈 실장은 “세 가지 모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것”이라며 “안마의자 종주국 일본을 뛰어넘은 비결은 세 가지를 통해 ‘고정관념’을 깨뜨린 점”이라고 강조했다.

고정관념이 무엇인가. 잘 변하지 않는, 지나치게 일반화된 의식, 관념, 생각이다. 그래서 고정관념에 도전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바디프랜드는 화요일 아침 모임에서 그런 도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 회사, 우리 브랜드가 맞딱뜨린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에 도전할 방법을 찾아보자.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안마의자는 전형적인 ‘고관여 제품’에 속한다. 그렇다면, 고관여 제품에 대한 소비자 태도는 어떻게 형성될까? 마케팅에서는 이를 위해 ‘속성만족도-중요도 모델 (Attribute satisfaction-importance model)’을 주로 이용한다.

이 모델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피쉬바인이 개발한 ‘다속성 태도모델’에 기반하는데, 소비자들이 제품 속성별 1)중요도와 2)만족도를 바탕으로 어떤 제품에 대한 태도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격, 연비, 승차감, 안정성과 같은 주요 속성들을 고려한다. 이 때 소비자들은 각 속성에 대해 나름의 중요도와 브랜드별 속성 만족도를 평가한다. 그리고 이 값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특정 브랜드에 대한 최종적인 태도를 형성한다. 물론, 소비자들이 매번 계산기를 사용해 이 과정을 정확하게 계산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서 대략 이와 비슷한 과정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 마케터 입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전략 방향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째,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속성에 대해서 우리 브랜드의 ‘만족도 값을 더 올리는’ 것이다. 둘째, 우리 브랜드에 이미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기존의 속성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속성을 추가해’ 어필하는 것이다.

만약 바디프랜드가 자사 안마의자의 ‘마사지 성능’만을 강조했다면 첫번째(가장 중요한 것을 잘하는) 전략에 해당한다. 이 경우 기존의 일본 브랜드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쉽게 차별화를 이끌어내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바디프랜드가 집중한 것은 두번째(내가 잘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전략과 세번째(새로운 속성으로 어필하는) 전략이었다.

예를 들어,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의 세련되고 럭셔리한 디자인을 강조해 안마의자를 집 안의 인테리어 요소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즉 바디프랜드의 장점인 디자인 속성을 소비자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과 ‘비대면 의료서비스 플랫폼’을 강조하는 전략은 소비자들이 안마의자를 구매할 때 평소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속성’으로 어필하는 전략이다.

종합적으로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에 대한 소비자의 기존 ‘고정관념’을 깼다. 이는 결국 고관여 소비자의 브랜드 태도 형성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한 효과적인 마케팅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부자데(Vu ja de)’란 말이 있다. 많이 경험한 것을 처음인 듯 낯설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로버트 서튼 스탠포드대 교수가 ‘처음 경험하는데 낯설지 않다’는 ‘데자부(De ja vu)’를 뒤집어 만든 표현이다.

바디프랜드 사례는 부자데를 연상시킨다. 사람들이 흔히 봐왔던 일본산 안마의자에 세련된 디자인을 더해 처음보는 것처럼 낯설게 만들었다는 점이 그렇다.

부자데와 비슷한 표현을 더 떠올려보면, 판에 박히지 않은 시각, 사고의 전환, 발상의 전환, 창의적 뒤집기, 역발상 등이 있다. 이런 표현들은 ‘고정관념(혹은 상식)의 덫’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기존의 고정된 생각에 대해 ‘왜 그래야만 하나, 다를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바디프랜드 사례에선 ‘안마의자가 왜 검정색의 투박한 모습이어야만 하나, 세련된 디자인으로 집안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면 어떨까’라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은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일단 실행되고 나면 당연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기업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생각은 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런 가치의 중요성을 잘 아는 학자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마케팅 홍수 속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는 방법은 기존 문제(고정관념)에 새로운 시각을 적용하는 것이다. 디자인, 기능, 가격, 유통방식, 패키지, 광고 등 모든 면에서 통상적인 접근이 아닌 창의적 뒤집기가 필요하다. 기존 관습이 주는 편안함을 떨쳐버리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관점과 당연시되는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에서 떠올려 본 여러 표현들은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발상의 전환’과 ‘역발상’의 경우에는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정도에서 차이가 난다. 역발상이 발상의 전환에 비해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정도가 강하다.

발상의 전환이 고정관념에 새로운 시각을 접목하는 일종의 ‘부분적 혁신’이라면, 역발상은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전면적 혁신’이라 부를만하다.

바디프랜드가 투박한 안마의자에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은 발상의 전환, 부분적 혁신이다. 이에 비해 안마의자를 ‘비대면 의료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것은 역발상, 전면적 혁신에 해당한다.

부분적 혁신과 전면적 혁신 모두 출발점은 소비자의 니즈를 꿰뚫어보는 것이다. 마케터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정관념을 때론 부분적으로, 때론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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