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닥터 코퍼’(구리) 값이 치솟고 있다. 구리 1t당 가격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1만달러를 넘어섰다. 구리 쓰임이 많은 친환경 에너지원 수요가 느는 데다 코로나19로 채굴을 멈췄던 구리 광산이 재가동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10년만에 1만달러 넘은 구리값…"당분간 더 뛴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한때 t당 1만8달러까지 뛰었다. 구리 값이 1만달러를 넘은 것은 2011년 2월 1만190달러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이다. 구리 값은 올 들어 27%, 이달에만 12% 올랐다. 전문가들은 2011년 기록도 조만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리는 최근 1년간 가격이 90% 넘게 폭등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친환경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전기차 한 대를 제작할 때 필요한 구리는 90㎏에 이른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 때 9~23㎏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최대 10배 많은 물량이 필요한 셈이다. 녹색산업 시대의 ‘새 석유’로 구리를 꼽은 골드만삭스는 1년 안에 t당 1만1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가 원자재 시장의 장기 호황(슈퍼사이클)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가격이 오르면 생산이 늘어 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구리는 상황이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생산이 줄면서 올해만 정제 구리 물량이 50만t 정도 부족해질 수 있다.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칠레의 에스콘디도는 최근 9개월간 예년보다 8% 줄어든 82만1000t의 구리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도 여의치 않다. 전문가들은 기존 광산 생산량을 늘리기까지 2~3년, 새 광산을 발굴할 때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