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보유에 대한 국제적 인정을 바란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현재의 대북 제재 수준으론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해 “다시 대화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헤인스 국장은 29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정보당국의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외세 간섭에 대한 궁극적 억지력으로 보고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핵 보유에 대한 국제적 인정과 존중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은 현재 대북 압박 수위를 자신의 접근법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할 정도로 보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할 정도로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를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헤인스 국장은 “김정은이 역내 안보환경을 재구축하고 미국과 동맹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기 위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 등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험 재개 시점은 올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에 대해서도 “미국 한국 일본에 점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의 문은 열어놨다고 봤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의 스콧 베리어 국장도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 제출 자료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보당국 수장들의 발언에 비춰볼 때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문제에서 외교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지금보다 대북 제재와 압박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을 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외교와 함께 단호한 억지력, 동맹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