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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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 일가의 지분 상속이 일단락됐다.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20.76%) 중 절반(10.38%)을 상속받은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10.44%가 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지배구조
삼성 지배구조

삼성생명법 통과되면 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32조원 어치 팔아야

일각에서 향후 삼성 지배구조의 '변수'로 지목하는 게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의 주식·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고객 돈을 운용하는 보험사의 '몰빵투자'를 막기 위한 취지다.

현행법 상으론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채권은 현재 가격이 아닌 취득할 당시의 가격(취득원가)으로 평가된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51%(5억815만7148주)을 보유 중인데, 취득원가는 총 5444억원이다. 삼성생명 총 자산(별도 기준) 309조8026억원의 0.17% 수준이다. 현재로선 합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경DB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경DB
일각의 우려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를 시가로 계산하면 41조4148억756만원이다.

보험업법이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총 자산(309조8026억원)의 3%인 9조2941억원을 초과하는 32조1207억원 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한다. 주식 수로는 약 3억9411만주, 지분율로는 약 6.60%다. 이렇게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1.91%만 남게 된다.

삼성화재 역시 같은 이유로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한다. 지분율은 1.49%에서 0.57%로 낮아진다.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 21%에서 13%로 하락

매각이 현실화하면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합계 지분율이 현재 10.00%(8.51%+1.49%)에서 2.48%(1.91%+0.57%)로 낮아지면서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총수일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의 합산 삼성전자 지분율도 작년말 기준 21.18%에서 13.66%로 하락하게 된다. 지배구조에 큰 타격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질적 의결권 하락은 1.3%p, 강제매각에 따른 법인세 부과는 부담

하지만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하루 아침에 매각해야하는 건 아니다. 최장 7년의 유예기간이 있다.

두번째론 주주총회에서 행사하는 '실질적 의결권'만 놓고보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도 의결권 하락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10월 낸 보고서를 보면 삼성 같은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다. 공정거래법 11조에 근거한다.

예외적 허용은 주주총회에서 임원 선임이나 해임, 정관변경, 합병 등 주요 안건 결의 때 가능하다. 이 때도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과 합쳐 발행주식의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금도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 21.18% 중에서 15%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6.18%는 실질지배력과 무관했다는 얘기다.

이렇기 때문에 삼성생명법이 통과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3.66%가 되더라도 실질의결권을 따지고 보면 15%에서 13.66%로 1.34%포인트만 낮아진다는 것이다.

지분 1.34%도 적은 건 아니지만 삼성 지배구조에 엄청난 타격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대규모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입장에선 '법인세' 부담이 커진다. 법인이 보유 주식을 팔면 매각 차익의 22%를 내야하는 법인세법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31조원 넘는 매각차익(과거 매입가격-매도가격)을 거둘 순 있지만 이중 22%인 6조9000억원 가량을 법인세로 내야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강제로 매각하게 되고 세금 부담이 커지면 주주나 보험가입자 입장에선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생명 배당확대 기대도

지배구조에 대한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다른 계열사와 달리 많이 상속받은 건 '신의 한수'로 평가된다. 고 이건희 회장 보유 주식 중 현재 지배구조에 큰 영향이 없는 삼성물산, 상속세 부담이 큰 삼성전자 주식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서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법정비율대로 나눠가졌다. '삼성은 다르다', '가족 간 화합한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 상속 주식의 절반인 10.38%를 이재용 부회장이 가져가게 되면서 이 부회장은 단숨에 삼성물산(19.34%)에 이어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됐다.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에 대한 개인의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지배력도 강화된 것이다.

향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판 돈으로 '배당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10% 이상 주식을 보유한 이 부회장으로선 나쁠 게 없다.

생명이 팔 전자 주식, 물산이 다 살 수 있나

또 다른 관심사는 삼성생명법 통과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게됐을 때, 누가 가져갈 것인지 여부다. 시장에선 삼성 총수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증권가에선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지분율 43.44%)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삼성바이로직스 주식을 팔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삼성물산 주주입장에선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파는 행위에 대해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매각하게 될 32조원 규모(현재 가치로 추정)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더라도 난관이 있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이고 계열사 주식 평가액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물산의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은 54조3317억원이다. 삼성생명이 매각하게 될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삼성물산이 사면 지주사가 되는 것이다.

지주사가 된 삼성물산은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의무 유지해야한다.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5.01%)에 삼성생명으로부터 매입하게 될 주식(6.60%)를 더해도 약 11.61%에 불과하다. 18%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더 사야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삼성물산이 100% 다 가져가기보다는 여러 계열사와 총수일가가 나눠서 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황정수 기자